한국이 지금 한창 추운 한겨울이라 그런지 요즘따라 더 다른 도시에서 일을 하고 사는 이야기와 관련 주제에 대한 관심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지내고 있는 타이페이로 오기 전에 이번 겨울 두 달 정도를 발리섬 서쪽 해안가의 짱구(Canggu)에서 보냈는데, 관광객이 거의 없어서 조용하니 일하고 서핑하고 지내기 참 좋았다. 우붓은 협업 공간 후붓이 전세계 내노라 하는 미디어에 거의 한번씩 싹 다 커버된 이후로 영 다시 발걸음하기가 어렵다. 그렇잖아도 교통 엉망인데 갈수록 헬..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사람들도 제대로 일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여행 겸 구경 겸, 관광 겸 안식년 겸 해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는 느낌이다.
마침 내가 여유 시간이 좀 있어서 포스팅을 자주 할 때가 한창 발리 이야기를 쓸 때였고, 다른 지역들에 있을 때는 회사일이나 그 이후에는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완전 정신없다 못해 아예 블로깅을 일시 정지한 때라서 관련 포스팅을 전혀 못한게 항상 맘에 걸려왔던지라..
해서, 후반 작업도 다 끝났겠다 그 동안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고 있던 도시 리스트를 정리해 보았다.
어디든지 발길 닿는대로 갈 수 있는 것이 원격근무에서 오는 장소의 자유가 주는 가장 큰 장점이다. 그 중에서도 기후, 문화, 음식, 레저 활동, 자연 경관, 치안 상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유독 많은 이들에게 일하고 살기 좋은 장소로 사랑받는 도시들이 있다.
여러 커뮤니티와 관련 기사 및 블로그 포스팅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소들, 그리고 디지털 노마드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중 도시별 활동이 가장 활성화 되어 있는 노마드리스트의 온라인 챗에서 활동 멤버가 가장 많은 도시 위주로 다섯 군데를 뽑아 아래에 정리했다. 각 도시별 특징 및 장단점은 다큐멘터리 제작 및 사전 리서치 단계에서 정리한 것들과 글쓴이 개인의 거주 경험, 그리고 여러 커뮤니티의 의견들을 함께 종합, 정리한 것이며, ‘여행’과 ‘관광’보다는 ‘일과 생활’에 초점을 맞추었다. 어디까지나 개인차가 있을 수 있다.
1. 치앙마이 (태국)
오랜 기간 디지털 노마드들의 출발점으로 알려져 온 곳. 디지털 노마드 뉴비들이 끊임없이 몰려들고, 장기 체류자 역시 매우 많은 곳. 그만큼 오랜 기간 유지되어온 커뮤니티의 사이즈 역시 만만치 않은데, 이 지역 커뮤니티의 경우 전문직 종사자나 원격근무 시행사에 근무하는 직원, 또는 전문 스킬을 가진 사람들 보다는 개인 사업을 준비 및 운영하는 이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특징.
이 중 상당수가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문제의 소지가 다분한 형태의 다단계, 아니면 유통업(드롭쉬핑), 라이프 코칭(이건 쉽게 말해 우리나라 자기계발 강사+너의 라이프스타일을 디자인해주마 코칭해주마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려 드려요), + 2018년 부터는 듣도 보도 못한 각종 암호화폐 거래소 등에 종사하고 있어 말이 많다. 이건 따로 한번 날 잡아서 포스팅으로 정리할 예정.
*(update)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결국 썼다!
Good: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도시 인프라 대비 눈에 띄게 말도 안 될 정도로 저렴한 생활비. 생활비 대비 매우 높은 삶의 질. 일년 내내 따뜻한 기후와 트래킹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산들. 장기 체류가 가능한 숙소를 매우 용이하게 구할 수 있음, 어디서든 준수한 인터넷 속도, 협업 공간 및 일하기 좋은 카페 다수.
Bad: 치앙마이 온라인 커뮤니티 뿐만 아니라 레딧 같은 포럼에서도 종종 문제제기 글이 올라오는 치앙마이의 디지털 노마드 생태계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점. 일확천금의 꿈과 함께 디지털 노마드의 꿈같은 삶을 즐기세요! 같은 캐치프레이즈로 영 질 나쁜 온라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곳. 노마드리스트의 치앙마이 페이지 하단에는 저런 종류의 온라인 비즈니스들과 각종 라이프스타일 사기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문까지 붙어있다.
**저런 커뮤니티와, 이들로 인한 특유의 그 요상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한 치앙마이는 분명 일하기도 좋고 살기도 좋은 곳이 맞다. 헌데 다큐 제작 당시에는 내가 오프라인 미팅이나 커뮤니티 활동, 사람 만나는 걸 리서치&섭외 차원에서 싫어도 했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치앙마이는 정말.. 할많하않. 힘들었다.
~한 당신에게 추천: 엄청나게 저렴한 생활비로 따뜻한 곳에서 태국 음식을 즐기며 일하고 싶은 당신/ 하이킹, 트래킹, 등산 이런 모든 류의 레저를 특히나 사랑하는 당신/ 스타트업, 개인 프로젝트 등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의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돈걱정 없이 일에 매진하고 싶은 당신(개인적으로 가장 메리트를 크게 볼 것 같은 그룹)/ 커뮤니티 질 그런거 필요없고 일단 많은 수의 디지털 노마드를 만나서 이야기도 듣고 같이 놀고 싶은 당신 ☞ 비추합니다. 백번 천번 만번 비추합니다. 전세계에서 치앙마이 생활비 수준이 아니면 도저히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고국에서 일자리 구할 능력 제로) 장기 체류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많은데다, 커뮤니티라고 있는게 이 사람들+뭣 모르고 꾀어든 뉴비들이 굳건한 카르텔을 형성해서 아주 오랜 기간 주도해 오고 있는 곳이라서(저 개인만의 의견인거면 공개적으로 이렇게 강하게 이야기 안 하고 못함). 저기까지 가서 굳이 저런 사람들 만나기 보다는 이왕 가는거 좋은 것만 보고 듣고 먹고 즐기고 일하다 오시길 권합니다.
2. 베를린 (독일)
부다페스트와 더불어 유럽에서 디지털 노마드의 허브를 꼽을 때 항상 빠지지 않는 곳.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프리랜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관련 행사 및 워크숍이 자주 개최됨.
Good: 개발도상국 대비 월등하게 편리한 각종 인프라. 유럽 어디로나 갈 수 있는 완벽한 위치(육로도 비행기도 모두 저렴). 서유럽 내에서 눈에 띄게 저렴한 생활비(렌트&식비 모두!), 다양한 음식 선택권 (채식주의자를 위한 수많은 식당과 메뉴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을 모두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그 맛들도 모두 훌륭하다, 감동의 눈물), 크게 불편하지는 않을 정도로 가능한 현지인과의 영어 소통, 다양한 배경의 다양한 인종,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진정한 유럽의 샐러드 볼, 협업 공간 다수, 인종 차별 성차별 그런거 없다..는 아니겠지만 그 면에서는 지금껏 장기 체류했던 곳들 중에 top 3 안에 드는 곳.
Bad: 혹독한 겨울 날씨, 쉥겐 조약에 의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체류 기간(대신 다른 유럽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프리랜서/개인사업자 등 비자 획득이 용이함)
~한 당신에게 추천: 독일 체류 후 크로아티아 등 비–쉥겐 유럽 국가로의 체류가 예정되어 있는 당신/짬날 때마다 기차를 타고, 매우 저렴한 비행편으로 여가 시간을 이웃 유럽 국가들에서 보내고 싶은 당신/유럽에서도 종종 훌륭한 아시안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기고 싶은 당신/인종차별 및 성차별에 진저리치고 도시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당신
3. 부다페스트 (헝가리)
동유럽에서 가장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사랑받는 도시 중 하나. 특히 개발자들의 커뮤니티가 아주 잘 발달되어 있다. 인터뷰한 원격근무 시행사 중 하나인 ‘톱탤‘에 소속된 개발자들의 수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도시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Good: 근접한 동유럽 국가의 아름다운 도시들(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빈 등)을 기차타고 주말마다 틈나는대로 둘러볼 수 있는 완벽한 위치, 저렴한 생활비(특히 외식비! 고된 한 주가 끝나고 정장입은 웨이터분들이 그득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예산 걱정 없이 코스 요리를 드셔보세요-_ㅠ!!! 일할 맛 납니다), 수많은 문화 공연(뮤지컬, 오페라, 음악 공연)들, 무료 대중 교통(트램), 한국을 거의 따라잡을 정도의 엄청나게 빠른 인터넷 속도(대부분의 협업 공간에서는 다운/업 모두 한국 인터넷 속도에 근접하거나 그 이상의 속도를 체험할 수 있음)
Bad: 영어로 현지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일이 많을 수 있음/유럽 내에서는 동네별 치안 상태의 편차가 매우 큰 상태에 속하므로, 숙소를 잡기 전 사전 조사 필수 및 소매치기 조심/역시 마찬가지로 혹독한 겨울 날씨(유럽은 역시 스페인 등 몇몇 곳을 빼면 여름 위주로 지내는 것이 정신건강 상.. 겨울 레포츠를 즐긴다면야 예외)
~한 당신에게 추천: 맥주, 와인, 온천, 그리고 다양한 문화 공연을 사랑하는 당신/다양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으로 고급 레스토랑에서 즐기고 싶은 당신/세계 유수의 기업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개발자들과 만나고 싶은 당신
4. 발리섬 (인도네시아)
아름다운 자연 관경과 힌두 문화의 영향을 받은 독특한 분위기, 여행과 장기 체류 두 마리 새를 잡을 수 있는 곳. 이미 전세계의 미디어를 통해 잘 알려져, 수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항상 찾는 곳.
Good: 일년 내내 따뜻한 날씨,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서비스 및 인프라들이 이미 잘 갖추어져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이용 가능. 장기 체류를 위한 숙소를 찾기 매우 용이. 각종 건강식 및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음식 문화 발달. 요가 및 서핑을 매우 쉽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음. 다른 곳들에 비해 유독 여행할 거리가 더 많은 곳(첫 방문엔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수도.. 하지만 이것도 몇 번 가서 볼 거 다 본 후에는 전혀 걱정할 게 없다 by 두 달 동안 숙소 반경 3km를 안 벗어나고 일만 하다 온 1人)
Bad: 시즌 및 장소에 따라 매우 혼잡, 장소에 따라 심히 느릴 수 있는 인터넷 속도, 전형적인 유명 관광지에서 만나게 되는 극심한 호객행위 및 눈살 찌푸려질 행동을 하는 관광객들 같은 몇몇 요소들(쿠타, 우붓), 무지막지하게 느린 행정 처리(한 달 이상 장기 거주를 원할 경우 비자 문제는 그냥 맘 편하게 한국에서 미리 받아오는 걸 추천), 멍멍판인 도로 상태(대중 교통 그런거 없습니다).
~한 당신에게 추천: 대도시에서 찌든 몸과 마음을 다독이려는 당신/건강식과 레저 활동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싶은 당신/사계절 내내 시즌에 관계없이 서핑을 즐기고 싶은 당신
5. 메데인 (콜롬비아)
이 리스트에 뽑은 도시들은 모두 내가 최소 한 달 이상 지냈던 곳이고, 장기로 체류하기에 반드시 평타 이상은 치는 곳들이지만 메데인은.. 애매하다. 애니웨이, 메데인은 중남미에서 가장 많은 수의 원격근무자들이 찾는 곳. Eternal spring, 영원한 봄의 도시라고 불리울만큼 1년 내내 온화한 기후를 자랑한다.
Good: 일년 내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완벽한 봄날씨. 장기 거주용 레지던스 구하기가 매우 용이, 중남미 수많은 스페인어 사용 국가들 중 가장 표준적인 스페인어 사용 국가로 스페인어를 배우기 최적인 곳. 중남미 국가 중에서 장기 체류를 원하는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편리한 각종 인프라가 가장 많은 곳
Bad: 콜롬비아 당국이 마약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많이 나아지긴 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소개한 다른 도시들에 비해 치안이 상당히 좋지 않음. 마초 문화가 강한 라틴 문화권 특성 상 특히 여성 홀로 체류할 때는 매우 주의 요함(사건 사고 들은 것만 해도.. 한 미국 출신 친구는 체류 기간 내내 현지 남성으로부터 스토킹에 시달렸는데, 거주하던 아파트를 몇번씩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귀신같이 쫓아다녔음. 그런데 이건 사건사고 축에도 끼지 않는다는 거). 마약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므로 이에 휘말리지 않도록 특히 조심. 영어 소통 거의 불가
~한 당신에게 추천: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아는 당신, 또는 스페인어를 한번 제대로 배워 보려는 당신/살사를 사랑하는 당신/모험심이 넘치는 당신/중남미 여행을 하려는 당신
6. 그 외 노마드들이 즐겨찾는 도시들
- 동남아 전체를 돌아보기 최적의 허브이자 스타트업 열풍이 불고 있는 곳, 방콕 (태국)
- 모두가 완벽하게 영어를 구사해서 네덜란드어를 몰라도 생활에 아무런, 정말 진짜 전혀 불편함이 없는 아름다운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자전거 타고 운하 옆을 달리면 근처 슈퍼 가는 길에도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 완벽한 날씨와 환상적인 스페인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 바르셀로나 (스페인)
- 최근 도시 정부가 디지털 노마드 유치 프로젝트를 시작한, 유럽의 하와이 카나리아 제도의 섬 라스 팔마스 (스페인)
- 전세계 마케터들의 집합지, 오스틴 (미국)
-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보고 싶은 당신, 각종 인프라와 인터넷망이 잘 갖춰져 디지털 노마드 사이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도시, 키갈리 (르완다)
부록. 다른 거 다 필요 없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곳
**여기서부터는 철저하게 개취입니다**
난 관광도 필요 없고, 커뮤니티도 필요없다. 다큐 만들 때야 섭외&리서치 때문에라도 사람들 만나고 밋업 나가고 그러지, 성격상 이미 친한 친구들이 같은 도시에 있거나 하면 만나거나, 그것도 아니면 혼자 있는게 세상에서 제일 편하다(오프 미팅 싫다, 스카이프 사랑합니다). 친한 친구들하고만 노는 게 편하기도 하고, 커뮤니티 그런 거 왜 필요함..?? 주의자이기도 하고, 게다가 지역 따라서는 외국인 커뮤니티도 난장판인 곳이 많아서 자칫하면 득보다 실인 경우도 많고.. 해서 대개 동네 친구 만들거나 집 근처 카페 사장님이랑 주로 놀거나 친구들이랑 몇시간씩 스카이프/카카오톡 보이스콜 하거나 한다. 그래서 크게 저쪽으로는 따지는 게 없다. 그 부분 감안 바람.
해서 내가 체류지를 고르는 기준은 첫째도 둘째도 ‘저기 저 곳이 먹고 살기에 좋은가‘에 철저하게 국한되어 있다. 볼거리 그런 건 딱히 필요 없고(어차피 나는 큰맘 먹지 않는 이상 내가 사는 동네 잘 안 벗어난다), 날씨가 좋아야 한다. 환경이 어느 정도 깨끗해야 하고 공기 질도 좋으면 더 좋다. 인터넷 빨라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참 사랑하지만 그렇게 렌트피가 무지막지하면 그 돈으로 한국 들어가서 강남이나 홍대에서 지내는 게 훨씬 낫다. 해서 렌트피도 한국 대비 너무 비싸도 안 된다(보통 장기 체류의 경우 레지던스/단기임대/에어비앤비/호텔과의 딜과 같은 옵션들 중 도시에 따라 강세인 옵션을 선택해서 흥정을 한다. 1, 2달이 넘어가는 장기체류의 경우, 일일 가격과는 비교도 안 되게 더 저렴한 가격에 딜 가능).
middle of nowhere 같은 곳은 배낭여행 하기에나 좋지 일하고 장기체류하기에는 좋지 않다. 그런고로 남미 및 몇몇 지역은 기피한다. 어지간한 ‘있을 건 다 있는’ 곳 선호한다. 자연을 벗삼아서 두세달 있으면 그 다음에는 반드시 대도시로 간다.
이런 기준으로 봤을 때 지낼 동안 일에 집중도 잘 되고 사는 것도 행복했던 곳들:
- 짱구 (인도네시아): 장기 체류는 이번 겨울이 처음이었는데, 역시 좋다. 관광객 거의 없다. 인터넷은 복불복인데, 숙소를 잘 고른 덕분에 인터넷 속도가 업/다운 모두 잘 나와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 사라예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인터넷 빠르고, 생활비 저렴하고, 사람들도 매우 친절한데다 여기는 다른 걸 다 떠나서 도시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독특하다. 이슬람교, 세르비아 정교회, 그리고 로마 카톨릭이 한 도시에서 공존하는데다 동서양 그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은 오묘한 문화와 건축 양식, 뭐 하나 빠뜨릴 것 없이 신비롭다. 어딜 가든 길가에 즐비한 공동묘지들을 보며 머무르는 동안 싫든 좋든 남동부 유럽 발칸 반도의 지난한 내전과 갈등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된다. 어지간한 곳은 다 다닌 상태에서 뭘 봐도 별 감흥도, 배울 욕구도 없던 상태의 나에게 여러 자극을 준 곳.
- 베를린 (독일): 여긴 뭐.. 다른 말 필요 없고 그냥 다 좋다.
- 부다페스트 (헝가리): 여기는 위에서 열거한 이유들도 있지만 사실 에어비앤비가 너무 좋았어서.. 개발자분 집이었는데 본인도 원격근무를 해서 장기간 나가 있는 동안 머물렀었다. 인터넷이 미친듯이 빨랐는데, 한국 어지간한 가정집은 상대도 안 될 정도도 빨라서 감동스러웠다. 엄청나게 맛있는 빵들 파는 베이커리들도 발에 채일 정도로 많고, 여튼 살기 좋은 곳.
- 스플릿 (크로아티아): 바다 포함, 자연 경관이 무지막지하게 아름답다. 항구 도시인데, 날씨도 그렇고 한적하니 산책하기도 좋고, 짬날 때 주변 소도시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푸에르토 비에호 (코스타리카): 센터 말고, Playa Chiquita와 Playa Punta Uva 쪽으로 좀 나오면 장기 렌트하는 빌라들이 많다(먼저 인터넷 속도 체크 필수). 영화에서나 보던 캐리비안 해변을 매일 같이 만날 수 있다.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정말 깨끗한 자연 그대로의 캐리비안 해변, 한번 보면 잊기 어렵다. 코스타리카라는 나라 전체가 워낙 자연경관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다가, 국가 차원에서의 관리도 엄청나다.
- 한국: 서울, 부산, 제주, 그리고 서울 안에서도 살아보면 홍대 강남 너무 다르다. 날씨 좋을 때 2, 3개월씩 여기저기 다른 곳에 살아보고 있는데 한국 참 편한 것도 많고 좋다. 농담 아니고, 정말로.
- 플라야 델 카르만 (멕시코): 여긴 아직 안 가본 곳인데 가보고 싶은 곳. 리조트 천지, 관광객 넘쳐나는 바로 옆 칸쿤과는 다르게 조용히 일하고 살기 좋다는 것 같다.
- (개취*) 요즘들어 생각하는건데 사실 도시만큼이나 행복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게 바로 고양이 아닌가 한다. 옆에 고양이만 있으면 그냥 자동으로 삶의 질도 행복지수도 올라가는 것 같다(진지함). 스플릿과 암스테르담의 경우 마당쪽 문을 항상 열어놓고 동네 고양이들과 일상을 공유했는데, 매일매일이 천국이었다는거.
- >>> NEW!! 타이페이 (대만): 지금 지내고 있는 곳. 대만은 처음인데 좋다 좋다! 사람들도 무지막지하게 친절하고, 인터넷도 빠르다. 공공 자전거 렌탈 시스템이 거의 몇 블락마다 설치되어 있고 자전거 도로도 잘 되어 있어서, 어디 갈 땐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다. 자전거 탈 땐 네덜란드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든다. 땅덩어리가 작다보니 기차타고 주말마다 근처 여행다니기도 참 좋다. 한국음식점도 많은데다가, 날씨마저 좋다. 지금은 완연한 봄날씨고, 연중 기온이 가장 낮은 1월에도 16도 정도를 유지한다.
*팁) 아는 분들은 이미 다 아시겠지만, 1개월 이상 국외 체류의 경우 건강보험료 납부 안 해도 된다(출국 전 전화 한통 넣고, 다녀와서 재개). 직장인분들이야 그나마 낫지만 나같은 지역가입자들은 이것도 매달 돈 십만원인지라. 실비보험 역시 국외 체류 3개월 이상 시 귀국 후 해외 체류 기간 동안 납부한 보험료 환급 가능하다.
*지금껏 블로그 포스팅들이 하나같이 다 길고 무슨 기사글처럼 나와서, 쓰는 것도 쓸 각오하는 것도 어려워서 이번엔 문장도 짧게 짧게, sns에 글쓴다 생각하고 대충대충,을 되뇌이며 썼다. 그런데 쓰다보니 단어수 카운트가 결국 또 2000 넘었다.. 난 안 될거야 아마.
*불펌&재가공 하지 마세요.
10 thoughts on “일하고 살기 좋은 도시들 for 디지털 노마드 (부록: 내 맘대로 뽑은 도시 리스트)”
몇번씩 읽고 읽는 글입니다.
제주에서 바로 뒤어서 앉았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늘 존경합니다
제주 밋업 때 오셨었군요. 반갑습니다 🙂
ㅋㅋㅋ 진지한? 이야기지만 글을 너무 재밌게 써요 ㅋㅋ
마지막 그냥 내가 좋아하는 곳 부분이 너무 와닿네요 ㅋㅋ 저도 혼자있는 게 세상편한 사람이라.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이런 곳도 꼭 가보고 싶네요. 굳이 이미 코워킹으로 유명한곳이 아니라도 좋은 곳이 많다는 것을 느끼고 갑니다
디지털노마드 정말 매력적인거 같아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저는 7월 중순부터 플라야 델 까르멘에서 노마드 생황을 하고 있는데, 글에서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고 봤던게 기억나서 댓글 달러왔습니다 🙂 버짓에 맞는 집을 구하다보니 플라야 델 까르멘 중에서도 변두리에 오게되었는데, 중심지 보다도 조용하고 집에 인터넷만 잘 되면 조용히 일하고 살기 정말 좋습니다. 집 앞에 5분 거리에 이쁜 카리브해가 있어서 바다 수영하러 가기도 좋고, 근처에 요가 클래스도 있어서 나름 건강한 삶을 살기 좋네요. 다만 7-8월은 많이 덥습니다;; 저도 작년말 – 올초 사이에 대만에 있었는데 자전거 타고 여기저기 일할만한 카페들 찾아 돌아다녔던 기억이 나서 공감되네요.
그렇군요. 꼭 가보려고요. 귀한 정보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
ㅋㅋㅋ 이분 개취 확실한듯!
근데 베를린이 의외로 물가가 싼가보네요 ‘ . ‘
재밌는글 잘읽었어욧!
우와 한국에도 노마드생활하시는 분이 계시구나…여행내내 한번도 못 봐서…저한테는 역시 동남아더군요. 그중 태국이 모든면에서 평균이상이라. 태국음식은 이제 한국음식같고. 방콕 치앙마이 푸켓 크라비 돌아다니면서 지냈네요. 한국도 괜찮은데 미세먼지 때문에….좋은 글 잘 봤습니다.
좋은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요즘 대만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