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 인컴으로 디지털 노마드가 되세요? 그저 웃지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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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할 수 있다?

앞선 글에서 마치 상황극처럼 가볍게 나열한 스토리는 실제 많은 이들에게 일어난 일로, 실존 인물들을 모델로 한 이야기다. 드랍쉬핑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so called 패시브 인컴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이러한 것들이 달콤한 광고처럼만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은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다. 실제로 돌아가는 사이트, 허수가 아닌 진짜 내용이 있는 웹페이지가 아니면 어찌어찌 각종 SEO기법을 통해 잠시 검색 결과 상위에 올려 놓더라도 얼마 되지 않아 순위에서 밀려난다(국내는 네이버려나? 텐X/구글 애드센스/네이버 블로그 이 3가지에 주로 집중된 것 같아 보인다. 내가 취재한 내용들은 현재까지는 모두 국외 사례라 국내의 경우는 자세히 아는 바가 없다. 근본적으로 돌아가는 방식은 어디나 같다).

광고대로 일이 순순히 풀리려면, 구글을 충분히 갖고 놀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구글 검색 알고리즘을 잘 알거나(이 정도 능력자라면 모르긴 몰라도 so called 패시브 인컴을 붙잡고 있지만은 않을거다), 지금 시장에는 안 풀려 있지만, 수요가 높거나 곧 높아질 아이템을 미리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앞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이런 인재는 보통 패시브 인컴으로 자유로워지겠다며 치앙마이에 가 있다거나, 네이버 카페를 뒤지며 패시브 인컴 강좌 수강 신청을 하고 있진 않을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은 것이, 한 아이템에서 차익이 나고 좀 잘 된다 싶으면 순식간에 경쟁자들이 모여들어 똑같은 제품을 똑같은 회사에서 사들인다. 아무런 스킬, 경력이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만큼 진입장벽이 극히 낮은데다(지금 당장, 자본금 전혀 없이 당신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라는 말은 다른 사람들 그 누구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서로가 서로를 끊임없이 모니터링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드랍쉬핑이 되었든 기타 다른 SEO든 어뷰징이든, 검색 알고리즘에 능통하고 아이템/판매 방식/고객 서비스 등 역시 차별화해야 하는데 그게 말이 쉽지 정말 광고에서 떠드는대로 ‘누구나’ 할 수 있는 걸까?

국내에서 공격적인(..) 온라인 마케팅을 한 바 있는 허벌라X프를  생각해보자. ‘영업 좀 잘 하고 주변에 입소문 잘 퍼뜨리고 네이버 블로그 순위 잘 올라가게 포스팅 복붙하면 누구나 돈 벌 수 있어요!’라는 이야기, 언뜻 보면 참 쉬워보이지만 우리는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걸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so called 패시브 인컴 역시 정확히 같은 원리다.

치앙마이 패시브 인컴 생태계의 몰락

앞서 이야기한 치앙마이의 기형적인 패시브 인컴 생태계는 1. 저렴한 생활비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삶의 질 2. 상대적으로 우회하기 쉽고 아직까지는 편법이 먹히는 현지 세금/비자 시스템과 더불어 3. 부푼 꿈을 안고 치앙마이로 왔으나 그마저도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라인 코스를 홍보하는 어뷰징, 온라인 코스를 만드는 온라인 코스 등을 마지막으로 선택하게 되고, 이런 정보들이 웹에 범람하면서 이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유인되는 웃지못할 상황, 전형적인 피라미드 사기를 통해 성장 및 유지되어 왔다.

실제로 중동, 미국 내륙 등지에서 일확천금과 자유를 꿈꾸며 직장 그만 두고 집 자동차 다 팔고 치앙마이로 와서 온라인 코스에 돈을 쓰며 자신을 entrepreneur라고 소개하는 이들이 치앙마이의 협업공간에는 넘쳐난다. 그리고 이 수많은 개인들의 돈이 모여 피라미드 꼭대기의 소수에게 흘러 들어간다(앞선 포스팅의 스토리에서 나온 X). 드랍쉬핑 강좌 및 모든 관련 제휴 마케팅을 통해 만들어진 수익의 약 20%가 Shopify를 통해 극소수, 실명은 거론하기 어려운 이 X들에게 돌아간다. X의 비즈니스를 통해 위의 전형적인 A와 같은 경로를 밟은 피해자 역시 다큐멘터리 제작 중에 만났는데, 그 내용만으로 다큐멘터리 하나가 나오고도 남는 상황이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비법? 심지어 돈을 받으면서 그들이 알려주는 ‘검색엔진의 알고리즘을 해킹’하고 돈이 돌아가는 원리를 알려주는 ‘궁극의 비법’같은 것들은, 상당수 검색엔진이 검색 알고리즘 살짝 바꾸는 순간 끈 떨어진 갓이오, 낙동강 오리알이 된다. 그리고 저런 사람들 때문에 검색 결과의 질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도 검색엔진들은 검색 알고리즘을 꾸준히 바꾸고 있다(멀쩡한 화이트 햇 SEO까지 싸잡아 욕먹이는 짓이다).

2017년 초 있었던 협업 공간들의 한 컨퍼런스에서는 협업 공간 운영자들 사이에 어떻게 하면 이런 이들을 자신의 공간에서 퇴출 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고도 하고, 실제로 위 이야기에 등장하는 B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은 한 협업 공간의 멤버들에게 영업을 하던 중 해당 협업 공간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현지에서 신처럼 떠받들여지던 B의 언제까지나 견고할 것만 같던 위치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 역시 2016년 말-2017년 초쯤인데, 쉬쉬하던 이야기와 각종 실태들이 페이스북과 레딧, 여러 개인 블로그 등에서 터져 나온 것 역시 이쯤이다(B가 픽업 아티스트로 지금과 똑같이 내용만 달랐지 동일한 방식으로 픽업 아티스트 관련 온라인 강좌를 판매하던 때의 이야기, 2015년 아시안계 남성들을 태국의 한 섬에 불러놓고 백인 여성들과 어떻게 잠자리를 가지는지 알려주는 내용의 행사를 ‘rape retreat (강간 수련회, 강간 워크샵 같은 의미)’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일, 본국에서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일, B가 자랑하는 자신이 패시브 인컴을 통해 얻은 수익은 사실 대부분 드랍쉬핑이 아닌 드랍쉬핑 온라인 강좌를 판매하는데서 온 것이라는 점 등).

결국 최근 B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른 은퇴’를 선언하면서(B는 이것이 100% 자의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글쎄) 사라지는 것으로 치앙마이 패시브 인컴 생태계는 빠르게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싶지만 아마 B가 떠난 빈 자리도 다른 사람으로 곧 채워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Anton Method 라고 불리우는 X의 기법은 파헤칠수록 끝이 없는데, 여기에 그 내용까지 모두 공유하기에는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그나마 짧게 내용이 요약된 여기를 보시거나, 직접 구글링해보시길. 그리고 이런 것들은 언제나 그렇듯 몇 년이 지나 각종 경로를 통해 국내에 마치 놀라운 ‘신문물’인 것 마냥 들어온다.

so called 패시브 인컴이 끼치는 해악

사실 이건 한번 써볼까 한지 일년도 더 넘은 토픽이다. 솔직히 1. 신경 쓸 가치가 없고 2. 저기서 나온 엉터리 게시물 클릭할 때마다 짜증은 나지만 뭐 큰 일도 아니고 그 창을 닫고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는 순간 바로 잊어버릴뿐이고 3. 내 삶에 그닥 폐를 끼치는 것도 없고 4. 굳이 이야기해서 국내에서 오히려 이 토픽이 조금이라도 부스팅 얻는 것도 어이없을 것 같아서 안 했는데, 다름아닌 3번 이유 때문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국내에서 나타난 이 사람들이 (사실 다단계, 개미 주식, 쉬운 재택 알바, 손쉽게 일확천금 부자되기, 뭐 이런 것들은 항상 있어왔다. 트렌드에 발맞춰 더 있어 보이는 ‘패시브 인컴’ ‘소극적 소득’ ‘디지털 노마드’같은 걸 짠 하고 들고 오는 것 뿐이지).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서 멋지고 환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패시브 인컴을 공부하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들고 와서는 자기들 강의에 회원을 유치하겠다고 홍보물에 내 글과 영상을 도용하는게 최근 발견되었다. 다큐멘터리든 책이든 본인같은 사람들을 디스하는 파트들이 본문 내용 중에 있는데, 무슨 생각으로 가져들 가는지 모르겠다(지금은 게시물 블라인드 처리에서 그치지만, 다음은 바로 내용증명부터 보내려 한다). 여하튼 그래서 순수하게 짜증이 나서 오래 전부터 메모만 해놨던 내용들을 지금 후다닥 포스팅으로 정리한 게 이 글이다.

사실 뭐 내 인생도 아니고, 하고 싶은 거 하고 사시라. 단 내 것만 가져다 쓰지 말고.
뭐 어떤가. 자꾸 스팸 메일 오고, 검색 게시물에 항상 이상한 것 걸리고(난 분명 특정 검색어를 입력했는데 검색 결과의 웹페이지를 클릭하면 왠 무협 소설이 등장하는 경험, 나만 해본 건 아닐 거다), 소셜 댓글에는 꼭 아무도 클릭 안 할 것 같은데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를(하지만 클릭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함정) 각종 이상한 상품 광고 알바 댓글이 달리지만, 사람 사는 곳이 그렇듯 온라인 공간 역시 마냥 무균지역처럼 청정하길 바라는게 오히려 더 이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소한, 저걸 인생의 비법, 마스터키를 획득한 것 마냥 팔고 거기서 수익을 얻는 행위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보자는 이야기…이지만 저기에 이미 저렇게 확신이 있는 분들은 경험 상 다단계 쪽이랑 리액션이 비슷해서 실효성은 없는 얘기고. 최소한 저걸 보고 바로 혹해서 먹잇감이 되는 대신 객관적으로 보고 현명하게 판단을 해 보자는 이야기다. 여기서 나왔다, 이 포스팅 쓴 이유 하나 더. 저런 것들이 아무리 인터넷에 널려 있어 봤자 누가 저걸 믿을까, 했던 내 믿음이 우습게 얼마 전 한 지인이 내게 이렇게 말한 일이 있었다.

“치앙마이 여행 갔다가 보니까 드랍쉬핑이라는게 있더라고. 꽤 해볼만하겠다 싶었어. 그렇지 않아도 퇴사 고민 중이었고, 따뜻한 곳에서 편하게 살수도 있고 말이야.”

돈 버는 사람,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검색엔진 알고리즘에도 빠삭하고, 상품이나 콘텐츠 같은 아이템을 보는 천부적인 선구안도 가지고 있고, 감각도 있고, 마케팅과 고객 서비스의 탁월한 차별화 등으로 so called 패시브 인컴을 통해서도 생계를 유지할 만큼 충분히 돈을 버는 사람. 그런데 그건 그 사람이 유능한거지, so called 패시브 인컴의 효용성을 입증하는 예는 되지 못한다. 그 사람은 다른 뭘 해도 잘 했을 거고, 잘 될 사람은 뭘 해도 잘 한다.

간만에 글이 길었다. 결론은 아래 짤로 대신한다.


덧.

*이건 내 생각 쓰는 내 블로그지만, 여기서부터는 특히 더더욱 개인취향을 타는 내용이다.

위에서 나열한 드랍쉬핑/다단계/블랙&그레이 햇 SEO/각종 저질 블로그 포함 온라인 마케팅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구린 suck’거라면, 여기서부터는 내가 보기에 너무나 ‘구린’ 것들.

라이프 코치, 라이프 스타일 코치, 라이프 스타일 컨설턴트, 구루, 모티베이셔널 스피커 (이건 한국어로는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하나. 동기부여 강사? 자기계발 강사?) 등, 이름은 각양각색인데 관통하는 핵심 맥락은 소름 끼치도록 동일하다. 이들이 제공하는 ‘가치’가 납득할 만한 배경에서 나온, 최소한 실존은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래는 아주 흔하디 흔한 스토리인데, 특히 직장 그만두고 여행왔다는 각국 사람들에게서 듣는 전형적인 이야기: 

직장은 그만 뒀고, 다시 돌아가긴 싫고, 돈은 없고, 다시 돌아가서 ‘전형적이고 ‘평범한’ 삶은 살기 싫고(왜냐, 난 남들과는 다르니깐!)  ‘특별하고’ ‘자기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 요구되는 스킬셋이나 자산은 전혀 없고, 대략 이런 상태에서 그런다.

나 라이프 스타일 코치 해보려고 해.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주체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깨달음을 얻게 해주고 싶어.

정말 너무 흔하게 보던 이야기지만 직접 들으면 말문이 막힌다. 오피스 워커 경력 3년으로 누굴 뭘 가르치고 상담을 하고 거기서 금전적인 소득을 얻겠다고요? 몇년째 임상심리 공부하고 수련하면서 죽어나가는 내 지인이 보면 실로 기함할 일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비법’을 나는 알고, ‘내 삶이 정답’이고,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거기서 돈도 벌겠다는 그 확고한 자기 확신과 선민 사상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세상 인구가 70억이다. 각자 신념도 생각도 철학도 환경도 꿈도 희망도 다 다른데, 무슨 생각으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할지 가르쳐주고,  심지어 이게 조언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걸 생계 수단으로 삼겠다는 건가. 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 상당수는 ‘me, me, me!’ 로 통용되는 소위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참으로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다.

13 thoughts on “패시브 인컴으로 디지털 노마드가 되세요? 그저 웃지요 ②

  1. 유진님, 유익한 정보공유뿐만아니라 바른소리를 이렇게 당당하게 해주시니 글을 읽는것만으로도 너무 통쾌하네요 😀 비슷하게 요즘 해외취업 된 성공?일화로도 꿈팔이하는 사람들도 참 많죠….보고 있으면 씁쓸합니다. 쿨해보이는 디지털노매드로서의 단편적인 리이프스타일만 보고 무작정 떠나는 사람들은 줄어야되겠죠. 저도 지금 무척 고심중이거든요 😉

  2. 이런 걸 누가 믿어! 하고 있는데 지인이 저런 말을 하셨다는 점에서 덜컥. 했네요.
    물론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오피스 워커보다 장점이 많고(물론 모든 건 상대적이니까 절대적인 우위에 있다고 할 순 없겠지만 대부분), 시대 변화의 흐름에도 더 맞는 근무 형태라는 점에서 저도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결론은 알아 보면 알아 볼 수록 쉽지 않다. 였습니다. 원격 근무를 시행하는 회사들이 채용하는 포지션이 워낙 전문 스킬을 요구하기도 하고요, 그 조차도 트레이닝 없이 주어졌을 때, 잘해야 하는 수준급이여야 하니까요.
    공부/준비는 많이 해야하는 데 당장 4시간만 일하면서 태국에서 띵까띵까하고싶고 결론은 그릇된 욕심이 저런 것에 현혹되게 하는 걸까요. 글 잘 읽었습니다. 유진님 블로그 애독자인데, 디지털 노마드를 그냥 알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리는 것에 항상 신경쓰고 계시는 것 같아서 좋아요ㅎㅎ

  3. 글 잘봤습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유진님의 글은 양질이어서 집중해서 읽게 되네요. 많이 공부해오신게 보이고, 또 고민하시는 것처럼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어, 문장 선택이나 예시 활용하시는 것을 보면서 글을 정말 잘 쓰시는 분이라는 걸 느낍니다. 이런 멋진 분이 한국어 화자여서 참 감사해요ㅎㅎ
    p.s. shopify 표기에 오타가 있네요. 잘은 모르겠지만 의도하신 것이 이커머스 회사라면요.

  4. (개인적인 비슷하면서도 다른 생각 – 절대 기분나빠 하시지 말고 한번쯤 읽어보시고 잊어버리세용~.)

    저는 개인적으론 일부 도를 넘어선 과장 광고를 하는 사람들이 문제지.

    제휴마케팅 시스템, 드랍쉬핑 방식, 정보성 상품을 판매하는 행위 자체가 잘못된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피터레벨님도 Make라는 E-BOOK을 판매하는걸요.

    15000원짜리 종이책을(1쇄 완판은 점쳐질 만한 ‘급’은 되야겠죠) 1000부~2000부 이상 파는건지

    8000원짜리 수십~수백명이 구입할만한 전자책을 판매하는건지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독자를 만족시킨다.’ 겠죠.

    등단을 한 문학가가 있는 반면, 장르 소설을 재밌게 써서 판매하는 사람도 있는것 처럼요.

    수익모델과 예상 판매량의 차이가 있고, 예상 독자와 콘텐츠의 스타일이 다릅니다.

    일반적인 종이책쓰듯 전자책을 방대하게 썼다가 ‘실속없다.’면서 욕을 먹기도 하고, 20~30페이지짜리 ‘문서’수준의 짧은 전자책이 16000원에 팔리면서도 수십명에게 극찬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론, 주류론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매니악’형 컨텐츠가 될수밖에 없죠.

    제가 이런 일을 하진 않지만, 주변 지인중에 한국에서 이런 일을 소신있게 하는 사람들을 몇명 압니다.

    1000명중의 1명꼴의 극소수의 매니아형 고객한테 맞춤 정보를 돈을받고 판매하는 일이죠.

    만원짜리 책부터, 10만원짜리 강의, 1달에 300만원짜리 집중과외까지 받고나서 불만이 있다거나 욕하는 사람들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물론 이 업계엔 진짜 지저분한 놈들이 너무 많고, 더러운 판떼기인건 인정하고, 그렇기 때문에 저도 그런쪽을 안하려하긴 합니다만

    한 80%~90%의 사람들이 일을 드럽게할때, 10%의 사람들은 진실되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수자중의 소수자죠.

    ‘라이프 코치’를 혐오한다. “니가 뭔데 뭘 가르치냐?” 이러는데, 임상심리학으로 치료가 되지 않다가 사짜90% 진짜10%가 활동하는 변화심리학같은 제3의 수단으로 인생이 달라지고, 진짜 제대로된 성과와 변화를 만들어낸 사례들도 적지 않게 봤습니다.

    해외에선 그래서 토니라빈스류의 NLP를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하나의 학파까지 만들어왔고, 국내에도 이를 계승하여 소규모로 세션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게 다단계 피라미드처럼 완전히 그냥 암적이고 불법밖에 안되는 구조였다면, 해외에서도 아직까지 저런게 남아있을리도 없겠죠.

    빛과 어둠이 공존하고, 그래서 ‘회색지대’라는 표현을 하신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진님정도 영향력을 가진분이 그냥 저런 사람들을 ‘싸잡아서’ -> ‘전부 사기꾼이나 다름 없다.’는 뉘앙스로 이야기를 하는건

    저는 개인적으로 또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사기꾼~’ 해버리고 마니까요.

    일반인의 의식수준, 통념수준에서 ‘규정’과 ‘판단’이 일어나면 종종 오해가 생깁니다.

    아직도 누군가는 컴퓨터 사용법과 스마트폰 사용법을 돈내고서라도 배우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Tutorial만 가지고도 코딩을 독학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집중 과외를 한달은 받아야 감이라도 조금 잡는 사람도 있죠.

    스타일 나름, 배우기 나름, 가르치기 나름인 일이죠. 사기꾼들이 많은건 100% 인정하지만, 그냥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패키지로 묶어서 ‘그냥 사기꾼이라고 보시면 된다.’의 이야기가 주류론이 되면 진짜 이런일을 양심껏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겠죠.(제가 아는 몇몇 양심껏 제대로 일하는 사람들중 몇명이 이 블로그를 보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긴 이런 개인블로그에서 자기 생각 이야기하시는데 가타부타 반론을 할 이유도 없고, 이 댓글을 승인하실 필요도 없죠.

    비꼬거나, 딴지거는게 절대 아닌데도 아마 애초에 이런 반대측면의 이야기를 하는것 자체가 싫으실 것입니다.

    언론이나 미디어 자체가 그런것 같습니다. 평행선처럼 끊임없이 서로 다른 어떤 생각이 옳다고 일반인들을 끌어당기죠.

    이럴수도 있고 저럴수도 있다 마음대로 선택하시라 하는 것이 매체가 되기보단, 그 정체성에 맞는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은 배척하고 밀어내는게 제가 본 언론들의 특성인것 같습니다.

    문화적 다양성, 인종과 국가의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것을 추구하시는 분이라면(그동안 봐온 유진님의 반차별적 정서로 말미암아..)

    정말 ‘싸잡아서 욕할만한 놈들인가’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보시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생의 어느순간 ‘좀 나은 삶을 살고 싶은데, 나도 뭘 제대로배우면 인생이 달라지지 않을까?’ 라는 ‘변화에 대한 갈망’을

    느껴봤던 사람들은 저런 사기꾼들에게 이용당하기도 하지만, 기꺼이 100만원을 지불하고 다른 인생을 성공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물론 말씀하신 것처럼, 저 강의나 책들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람들이 그만한 노력과 공부를 했기 때문이라는건 맞습니다. 다만 그런 계기를 열어준 것에 대해 진짜 제대로 실행을 해본 사람들은 절대 돈을 아까워하지 않더라는 것을 봤습니다.)

    마치 이건 ‘종교’와도 같습니다.

    믿고 가보느냐, 안 믿고 외면하느냐의 문제죠.

    어떤 종교라도 불신한다면 사이비종교에 이용당할 일은 없겠죠.

    다만 종교의 힘에 기대어 마음 한편의 안정감을 찾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또한 기독교를 믿는다고, 불교를 욕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별로 부질없다는 것을 오랜 신앙을 가졌던 사람들은 모두 압니다.

    사람은 어차피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으니까요..

    유진님이 ‘저런 부류들’이란 종교를 믿을 필요도 없지만, ‘저런 부류들’이라며 적대시할 필요도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물론 무단도용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응 하셔야 겠지만…)

    최소한 ‘국내 기업 문화’와 ‘국가 정책’이 원격근무와 프리랜서들을 제도적으로 안정성을 보장해줄만한 뭔가가 생겨나지 않는다면

    어쨋거나 디지털노마드라는 것은 ‘소수의 영어잘하고, 코딩 잘하거나, 디자인 잘하거나, 글을 기가 막히게 쓰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그 무언가로 남아있을 뿐입니다.

    아직까지 한국엔 Actionable한 행동지침과 방법론이 없습니다.

    해외처럼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코딩 교육을 몇주동안 이수받고, 포트폴리오가 될만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수료증과 함께 프리랜서 활동을 제대로 시작해볼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해주는 사업을 하는 업체도 찾아보기 힘든것 같습니다.
    (굳이 찾아보자면 멋쟁이 사자처럼 정도 있겠네요. 하지만 Ruby On Rails를 판다고, 위시캣같은 곳에서 수주가 잡히는게 아니라서 결국 자바를 해서 취업을 하거나 스스로 스타트업을 만들어서 몇년 고생하며 허우적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홈페이지나 앱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던 사람들이, 마케팅 에이전시일을 병행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 이유는 홈페이지를 만들어는 놨는데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문닫는 클라이언트들을 너무 많이 상대해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블랙햇이든 그레이햇이든 패배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남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것이죠. 국내 온라인 마케팅, IT 프리랜싱 업계는 그렇습니다. 대기업 수주가 아니라 소상공인 사업자를 상대로하는 수주들은 보통 이렇습니다.

    달콤한 꿈만 팔아먹는 사람들은 잘못됬지만, 그렇다고 ‘달콤한 꿈을 한번쯤 꿔볼 기회’까지 박탈시켜 버리면은

    너무 세상에 삭막함밖에 없지 않을까.. 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1년에 100명밖에 예상 고객층이 없고, 이 사람들은 간절히 ‘무언가’를 원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원하는걸 1만원에 팔면 1년에 100만원밖에 못벌겠죠.

    그래서 만드는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 원하는걸 1만원에 만들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10만원, 20만원 이렇게 가격이 올라가고 그 정보를 사려면 그 가격을 지불해야 되도록 되는 것입니다.

    요즘엔 하도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오다보니, 한때 30만원에 판매되던 테크니컬 강의가 3만원에 팔아도 욕먹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정말 어렵고 힘든 곳입니다. 하지만 ‘소수자’들이 있습니다. 진짜 ‘값진’일을 하는…

    정리하자면, ‘문제아’에 대한 대응이 ‘청소년 10시 이후 통행금지령’이 되면 안되듯

    ‘몰지각한 그놈들’에 대한 주류론적 대응이 ‘그 업계에 있는 놈들은 전부 사기꾼이라고 보세요.’가 되어선 안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입니다…

    현 대통령님께서 토론회에서 ‘군대 동성애는 처벌해야죠.’ 라고 말한것이 대통령이 동성애를 인정안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주의자라서가 아니라 군조직 특성상 ‘안보 불안’까지 갈 수 있기에 군대라는 특수성안에서의 동성애는 금지해야한다고 말하는것과 같은 맥락이죠.

    ‘그 일을 이렇게 하는 놈들’ 때문에 ‘그런 일’ 자체가 무조건적으로 배척당하고, 욕먹는건 조금.. 염려스러운 입장입니다..

    물론 이렇게 ‘백신’이 생기면, ‘선량하고 순진한 피해자’는 나오지 않게 되겠지요.

    일장 일단이 있는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이런글을 쓰시든 말든 저런거 할사람은 계속하고, 저런거에 돈쓸 사람은 계속 쓸텐데요..

    무조건 경계하라는 입장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 몇명 정도는 있어도 전체적으로 건강해 질것 같기도 합니다..

    괜히 새벽에 생각이 많아져서 쓸데없이 긴글 썻네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1. 이게 다단계 피라미드처럼 완전히 그냥 암적이고 불법밖에 안되는 구조였다면, 해외에서도 아직까지 저런게 남아있을리도 없겠죠. -> 이런 논리로라면 MLM도 고금리 사채업도 이미 일찌감치 이 세상에서 없어졌어야 합니다.

      달콤한 꿈만 팔아먹는 사람들은 잘못됬지만, 그렇다고 ‘달콤한 꿈을 한번쯤 꿔볼 기회’까지 박탈시켜 버리면은 너무 세상에 삭막함밖에 없지 않을까.. 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달콤한 꿈을 꾸는 것은 개인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이 명제가 이들을 착취하는 사람들과 산업 구조를 정당화해주진 못합니다.

      어쨋거나 디지털노마드라는 것은 ‘소수의 영어잘하고, 코딩 잘하거나, 디자인 잘하거나, 글을 기가 막히게 쓰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그 무언가로 남아있을 뿐입니다. 아직까지 한국엔 Actionable한 행동지침과 방법론이 없습니다. -> 위와 같습니다. 원격근무 시행 기업 등이 극히 적은 국내의 상황이 저런 산업 구조를 정당화해주진 못합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원격근무 시행 기업이나 프리랜싱 면에서 여러모로 국내보다 나은 곳에서도 이런 산업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즉, 말씀해주신 내용은 ‘왜’ 저런 산업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배경 설명이지 정당화의 수단은 되지 못할 뿐더러 사실 그 배경 설명에도 맞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런 산업들이 실제로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소위 그들의 고객을 ‘구제’해주지도 않습니다(이들의 소득 수준, 채무 수준 등이 나타난 통계는 이전 글들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문화적 다양성, 인종과 국가의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것을 추구하시는 분이라면(그동안 봐온 유진님의 반차별적 정서로 말미암아..) 정말 ‘싸잡아서 욕할만한 놈들인가’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보시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인종, 성별과 같은 요소들로 인해 받는 부당한 ‘차별’의 피해자들과, ‘자발적인 선택’으로 무수히 많은 실재하는 피해자들을 양산해내는 회색지대에 속한 산업을 동일시하는 것에는 큰 오류가 있습니다. 저는 해당 산업군을 부당하게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애초에 한 개인이 그럴 힘도 없습니다), 잠재적 피해자들을 위해 이를 calling out하고 있고요.

      – 어떻게 보면 이런글을 쓰시든 말든 저런거 할사람은 계속하고, 저런거에 돈쓸 사람은 계속 쓸텐데요. -> 맞습니다. 그 간의 경험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여 제가 희망하는 이 글의 독자는 해당 비즈니스 오너나 구매자가 아닌 그 여집합입니다.

      마치 이건 ‘종교’와도 같습니다. 믿고 가보느냐, 안 믿고 외면하느냐의 문제죠. -> 동의합니다. 종교에 대한 무분별한 믿음이 난무할 때 보이는 현상 및 자기합리화가 그대로 답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위에서 이야기했다시피 이 글의 타겟 독자는 그 여집합입니다.

      – 한 80%~90%의 사람들이 일을 드럽게할때, 10%의 사람들은 진실되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수자중의 소수자죠. -> 정말 필요한 이야기를 잘 해주셨습니다. 네, 말씀하신대로의 상황일 때 한 ‘업계’ 내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과 비즈니스가 고작 ‘소수자 중의 소수자’이고, 나머지 90%가 정보의 습득에 더디고 심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절박한 사람들을 착취함으로써 돌아가고 있다면, 그건 바로 그 산업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는 거라고 봅니다.

      시간 할애하여 길게 의견 남겨주신 점 감사합니다. 이 블로그를 찾는 다른 분들에게도 좋은 참고가 되겠지요. 판단은 각자의 몫이니까요.

  5.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요새 하도 저질 포스팅, 책, 강연을 많이보다보니 …
    독서를 참 좋아하는데, 도서관에서 좋은 책 거르는 것도 스트레스 받네요 ^^.

    혹시 이런 저질 책들을 걸러서 좋은 책을 고르는 팁이 있으신가요?
    (네이버 리뷰도 못 믿겠더라구요. 그 다단계그룹의 지네들끼리의 의미없는 별5개 리뷰 때문에… )

    1. 답변이 엄청나게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코멘트를 워드프레스 앱으로 알림을 받고 있는데, 작년 한동안 이 앱이 완전 먹통이었답니다..ㅠㅠ) 언제라도 혹시 확인하실 수 있길 빌며…. 짧게나마 제 의견 남깁니다:

      1. 리뷰 시스템의 경우 도서 증정&서로 밀어주기, 서점 차원에서의 추천 역시 금전 거래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있는 고로 (서점의 책꽂이가 아닌 매대에 책을 올리는 것 역시 출판사 측에서 상당한 돈을 홍보 비용으로 서점에게 지불합니다) 저 역시 깡이님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 출판 업계 종사자분들을 통해 얻은 팁으로는, 출판사를 체크하기! 팁이 그래도 상당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음에 쏙 드는 양질의 도서를 운좋게 찾았을 경우, 시리즈 도서일 경우 시리즈 내 다른 도서들을 찾아보고, 더 나아가 그 출판사의 신간을 꾸준히 지켜보게 됩니다. (ex. ‘황인종의 탄생’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해당 도서가 참 마음에 들어서 찾아보니 이 책이 현암사의 ‘우리시대의 주변/횡단 총서’ 시리즈 중 하나더라고요. 해서 이 시리즈 책들을 하나하나 모두 읽고 있습니다). 해서 요즘에는 출판사를 따라서 책을 구매하는 독자들이 많다고도 해요. “XX에서 나온거면 믿고 산다!” 같은 거죠.

      3. 모든 신간을 들여오는게 아닌, 서점 주인이 신간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해당 서점의 테마에 맞는 책들만 골라서 들여오는 소규모 서점들이 요즘 하나씩 생겨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곳들을 한번 체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4. 출판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하는 올해의 편집상,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해당 리스트는 어지간해서는 잘 실패하지 않더라고요! 🙂

  6. 크 너무 멋지잖아요 !!! 원격근무용 근태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으로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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