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사태로 돌아보는 코워킹 스페이스의 핵심 가치와 부가 가치

 

회사 돈으로 회사 대표 배 불려주기?

며칠 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위워크에 대한 기사가 하나 발행되었다.

[기사 요약] 이 기사는 맨하튼에 위치한 한 위워크 빌딩의 엘리베이터에 잦은 고장이 나면서, 입주자들이 11층짜리 건물을 계단으로 오르락 내리락 해야 했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알고 보니 이 빌딩의 임대주(정확히 말하면 주요 투자자 중 하나)가 바로 위워크의 CEO인 아담 노이만. 더 알고 보니, 이렇게 위워크의 CEO 개인에게 위워크 회사 차원에서 임대료를 지불하는 빌딩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아직 IPO를 하지 않은 사기업이기에 이런 일들이 묵과될 수 있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우려 섞인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 위워크 대변인에 따르면 이러한 의사 결정 과정은 모두 이사회 또는 독립적인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CEO 아담 노이만은 위워크의 최대 주주로서 의결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2016에서 2017년 사이 위워크가 노이만에게 지불한 임대료는 약 1천 2백만 달러로, 앞으로 더 지불할 임대료가 약 1억 1천만 달러를 넘는다. 뿐만 아니라, 위워크가 산호세에 계획 중인 일종의 위워크 캠퍼스(여러 개의 위워크 업무 공간 빌딩과 공동 주거 빌딩 ‘위리브’ 등으로 이루어진) 부지에도 노이만 개인이 투자한 빌딩이 여러 개 있다.

이 뉴스는 발행된 그 날 해커뉴스 페이지 탑에 올라갔다. 뿐만 아니다. 올해 초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에 투입할 추가 투자 금액을 원래 예상 금액이었던 160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대폭 삭감했다. 매년 거듭 엄청난 액수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으며, 애초에 소프트뱅크가 관심을 가졌던 ‘기술 혁신’은 온데간데 없이 갈수록 위워크가 부동산 임대업의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투자금 삭감 결정의 배경으로 추측되고 있다.

 

위워크 = 부동산 임대업?

소프트뱅크의 투자금 삭감 관련 뉴스가 나오자마자 위워크에서는 리브랜딩 전략을 발표했다. 회사명을 ‘더 위컴퍼니 (The We Company)’로 바꾸고, 공유 오피스 서비스인 위워크, 공유 주거 서비스 위리브에 교육 사업 위그로우(초등학교, 코딩 아카데미 등)를 포함한 세 개의 사업을 같이 운영해, 단순히 업무 공간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 기존에 위워크가 목표로 한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를 사람들이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만은 않는 듯 하다. “결국 부동산 임대업과 위워크가 다를게 무엇인지”, “본질은 부동산 임대업인데 이걸 왜 기술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고 있는지”와 같은 질문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위워크의 경우에는 장기로 건물을 임대한 후 이를 다시 개인 또는 회사 조직에 임대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임대업자라기보다는 부동산업 미들맨에 좀 더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 위워크 관련 뉴스들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이걸 다 모아 정리하다보니 다소 먼길을 돌아왔는데, 그러니까 결국 이 글에서 다루려는 질문은:

코워킹 스페이스는 결국 공간(=부동산) 임대업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 않나?
코워킹 스페이스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임대업 그 이상을 바라보는 공간은 장차 어떤 가치를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할까?

이 글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코워킹 스페이스는 공간 임대업일 뿐이다’라는 문장은 맞는 말이기도 하고, 또 틀린 말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협업 공간/공유 오피스/사무실 공유 서비스/코워킹 스페이스 등의 각기 다른 용어가 혼용되고 있다.
그간 블로그에서는 영문 표기 대신협업 공간으로 용어를 고정해서 사용해왔는데, 포스팅에서만큼은협업 의미가 공간의 본디 용도와 맞질 않아코워킹 스페이스 용어를 통일한다.

 

코워킹 스페이스의 핵심 가치 = 업무 공간 제공

최근 한 지인들 모임에서 위워크를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코워킹 스페이스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간 일이 있었다. 모두가 빈도의 차이는 있으나 코워킹 스페이스를 오랜기간 친숙하게 사용해온 사람들이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결국 공간 임대업이 아니냐는 위의 물음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본질적으로 코워킹 스페이스는 공간 임대업일 뿐이다 VS 코워킹 스페이스는 단순 책상 제공이 아닌 부가 서비스와 커뮤니티 등을 함께 제공하는 가치 서비스업이다

해커뉴스에 올라온 위워크 기사에 달린 수많은 코멘트들에서도 이야기는 갈린다. 단순 공간 임대가 아닌 부가 가치 서비스라고 해도 그 ‘가치’에 지불해야 하는 현재 가격이 과연 적정한가, 부터 본질이 아닌 그 놈의 ‘생태계’, ‘커뮤니티’에 과대하게 집중된 브랜딩 같은 이야기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다.

(*개인적으로 이런 ‘커뮤니티’, ‘공동체’ 입에 달고 있는 공간들은 좀 부담스러워서 기피하고 있다. 거의 무슨 종교 공동체 느낌 나는 곳도 본 적 있고.. 결국 각자 모여서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는게 본질일텐데 왜 어떤 곳들은 자꾸만 일종의 소속감 같은 걸 가지라고 압박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 무엇보다 비용을 내고 공간을 이용하는 멤버(=고객)를 무슨 그 코워킹 스페이스의 마케팅 재료로 활용하다시피 하거나 여기저기에 ‘누구누구도 우리 공간에 온다’는 식으로 이름팔이 하는 재료로 쓰는 것도 볼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적지 않은 수의 도시들에서 각양각색의 코워킹 스페이스를 사용했고 또 하고 있다. 미팅 자리를 찾아서, 흥미로운 모임이 있어서 등등 그 때 그 때 부가적인 이유가 있을 순 있겠으나 결국 가장 주된 목적은 편하게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서다.

기존의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제공해온 빠르고 안정적인 인터넷, 높낮이가 맞는 제대로 된 책걸상, 회의 장소, 탕비실, 팩스 또는 우편 업무, 더 나아가 집중해서 편히 일할 수 있도록 잘 조성된 분위기 등을, 일할 공간이 필요하지만 사무실을 찾아 공인중개사를 찾아다니고 년 단위 장기 계약을 맺고 가구부터 인테리어까지 품을 들일 생각은 없고 감당할 수 없거나 감당할 의사가 없는 개인 또는 조직에 제공하는 것 – 그게 바로 코워킹 스페이스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다. 커뮤니티, 이벤트, 번쩍거리는 최신 인테리어는 무조건, 항상 부차적이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도, 각종 온라인 포럼이나 챗 그룹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봐도, 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제대로 제공하고 있지 못한 공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것도 상당수가. 한 챗 그룹에서 나온 불만점들을 무작위로 간추려 보았다:

사람이 좀 많아진다 싶으면 바로 느려지는 인터넷(굉장히 흔한 현상!), 핫데스크가 아니라 무슨 콜센터인 것처럼 자기 자리에서 전화하는 사람들, 음식 먹는 사람들과 음식 냄새, 맛없는 커피, 시공을 어떻게 한 건지 공간 전체에 울리는 각종 소리, 각종 소음, 공간 내 적정 온도 기준 부재, 지저분한 카페테리아, 도대체 왜 틀어 두는지 모를 시끄러운 음악, 일 한창 하고 있는데 같은 공간에서 각종 이벤트 진행하기, 한 술 더 떠서 이벤트 진행한다고 자리 옮기라고 하기, 시도 때도 없는 커뮤니티 참여 권유, 또는 과도한 친목 조성 분위기…

전화하는 사람들, 각종 소음, 음식 냄새 같은 항목들은 하드웨어 부재의 문제이기도 하고 > 전화 부스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 방음 시공이 안 되어 있는 경우, 업무 공간과 카페테리아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 경우 / 동시에 소프트웨어 부재의 문제일수도 있다 > 적절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공용 공간에서 전화하거나 냄새가 강한 음식을 섭취하는 등의 행동을 하는 멤버를 스텝이 따로 제지하지 않거나, 애초에 공간 사용에 대한 안내가 미비했거나, 각종 용도별로 공간들이 마련은 되어 있으나 예약 시스템의 혼잡 또는 불편함 등으로 인해 접근성이 무척 떨어지는 경우 등.

이러한 양 측면에서 공간이 적절하게 마련/제공/관리되지 않을 때 그 코워킹 스페이스는 제 아무리 그럴 듯하게 포장되어 있어도 결국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2019/01/31 업데이트: 이 포스팅이 여기저기서 공유되면서 공유&인용과 함께 한국 내 특정 협업 공간들을 언급, 추측하는 글 몇 개를 보았다. 위에서 나온 공간의 문제점 관련 이야기는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과 오고 간 전반적인 국외의 공간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한국 협업 공간은 저런 문제가 전혀 없겠구나!’ 같은 건 아닐거고, 도시/국가 가릴 것 없이 전반적으로 비슷하게 가지고 있는 문제점일 것. 

 

코워킹 스페이스는 돈 되는 장사인가?

여기서 잠깐, 코워킹 스페이스가 과연 돈이 되는 비즈니스인지 알아보자.

한 도시에 보통 그 도시를 대표하는 코워킹 스페이스 하나가 있던 시기가 금세 지나고 이젠 한 동네 안에서도 우후죽순 고만고만한 곳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어딜 가나 주변 지인들 중 꼭 한둘은 언젠가 자신만의 코워킹 스페이스를 열고 싶다고 한다. 이제 대기업들까지 이 시장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지금, 한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협업 공간 수익을 내는 곳은 40% 불과하다. 절반이 채 안 된다.

위의 자료에서 수익과 연결되는 요소로 꼽히는 건 아주 당연하게도 회원수 (200명 이상), 적정한 수 또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경쟁자가 있는 대도시 입지, 핫데스크/지정석/팀 전용 사무 공간 간의 적절한 비중 정도다 (only 핫데스크 구조의 코워킹 스페이스는 그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한다). 의외로(?) 각종 커뮤니티 조성 활동(이벤트 개최 및 소셜 미디어, 블로그 포스팅 등의 온라인 활동 포함)은 코워킹 스페이스의 수익성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검색 엔진에 최적화된 잘 만들어진 웹사이트의 기여도가 더 두드러졌다.

앞에서 나온 ‘코워킹 스페이스는 단순 부동산업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떠나서, 이제 코워킹 스페이스는 공간만 임대해서는 다른 걸 떠나서 일단 경쟁에서 살아남질 못한다.

 

코워킹 스페이스가 제공할 수 있는 부가 가치

앞의 핵심 가치 파트에서 이야기한 내용이 ‘코워킹 스페이스는 근본적으로 공간 임대업이다’에 좀 더 가까운 이야기였다면, 여기에서는 반대로 코워킹 스페이스가 제공하는 공간 임대 그 이상의 부가 가치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공간 임대 그 이상을 바라보는 코워킹 스페이스라면, 그리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앞서 나온 핵심가치는 기본으로 철저히 가져가되 해당 공간에 이용자가 선뜻 금액을 지불할만한 부가 가치를 더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간 임대를 넘어서 하드웨어적으로는 공간 자체의 가치를 올리고(편리한 동선과 용도별 적절한 공간 배치 등), 소프트웨어적으로는 공간 내에서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사무 서비스, 행정/금융/현지 마케팅/채용 등의 컨설팅 업세일링 등), 업무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편의 서비스(점심 도시락 서비스, 비자 대행 등)를 더하여 전체 서비스의 가치를 올리는 방법 등이 있겠다.

* Outsite 같은 예처럼 코워킹 스페이스뿐만 아니라 코리빙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 경우 수익에 도움이 되는지 되는지는 참고할 만한 자료가 아직 나온 없는 같다(Outsite 경우 VC에서 상당한 규모로 투자를 받았으며, 지인을 통해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하나 더. 개인을 넘어서 원격근무 시행사, 스타트업 등 조직을 집중 타겟 및 영업하는 전략은 deskmag 리포트에서도 수익에 도움이 되는 지표로 언급되었다. 상당수 원격근무 시행사에서 직원 대상으로 개인별/팀 단위 협업공간 비용을 제공하고 있다. 충분한 버짓이 있는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을 대상으로 한 B2B는 많은 경우 인풋 대비 아웃풋이 쏠쏠한 세일즈다.

지금 이 순간도 고군분투하고 있을 모든 중소규모 코워킹 스페이스 오너분들 힘내세요…!
(+ 코워킹 스페이스 류는 은근 진입 장벽 낮아 보여도 호락호락 뛰어들만한 비즈니스가 절대 아니니 혹시라도 계획 중인 분이 있다면 부디 섣불리 시작하지 않으셨으면)


 

위워크 건만 간단히 정리하고 말려다 글 주제가 통으로 바뀌면서 내용이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간만에 2000단어 이내로 카운트를 맞춰냈다. 모두 올 한해 있는 복 없는 복 다 받으세요!

 

  1. 01/23/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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