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입국 D-10

D-10

근 일년 간의 쉴새없는 이동 탓인지 이번 한국행은 더 기다려진다.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인터뷰이들의 일정과 촬영 일정에 맞춰서 매주, 때로는 며칠에 한번씩 또다른 도시로 또다른 나라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일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2015년은 유달리 많이 앓아 누웠다. 매년 들어 놓고도 딱히 쓸 일이 없던 여행자 보험이었는데 작년은 본전은 말할 것도 없고 안 들어놓았으면 큰일났겠다 싶을 정도다.

이전까진 한 곳에 최소 세 달은 머무르는게 나름의 패턴이었는데 일년을 저렇게 다니다 보니 몸도 마음도 지칠만큼 지쳤다. 손목에는 RSI가 와서 계속 시달리고 있는데 갈수록 심해져서, 요즘은 자다가도 통증으로 벌떡 일어나곤 한다.

내 주변을 봐도 이제껏 인터뷰해온 사람들을 봐도, 풀타임으로 원격근무하는 사람치고 저렇게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도착한 곳이 생각보다 영 안 맞으면 바로 짐싸고 다른 곳으로 뜨는 경우야 있지만). 주 5일 일하면서 몸관리 정신관리 일정관리하면서 어떻게 저렇게 움직일 수 있겠나.

못해도 3개월 이상 단위로 움직이는 패턴으로 돌아가고 싶다. 나랑 잘 맞는 도시면 그거보다 길어도 좋고. 한 곳에 얼마나 머무른들 어지간해서는 짐을 늘릴 생각이 없지만(경험상 소유물이 늘어나는 건 장기적으로 내 정신 건강에 상당히 안 좋다) 그렇다고 매주 그 짐을 풀었다 쌌다 하는 것도 이제 정말 안녕안녕하고 싶다.

올해 상반기면 작년부터 얼떨결에.. 정말 얼떨결에 시작했던 이 다큐 제작도 끝난다 할렐루야.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조직에 속하지 않고 끌어주고 가이드해주는 상사도 없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가를 해보고 있다. 그리고 느낀 것들 중 하나는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단명하기 딱 좋은 지름길이라는 거. 사업이든 예술이든 뭐든 홀홀단신으로, 또는 선두에서 뛰는 다른 분들 존경스럽다. 그리고 존경스러운거랑은 별개로 나는 얼른 다시 조직의 품에 안기고 싶다. 많이 배우면 뭐하니 나 진짜 이러다 죽겠다… 

마이애미를 끝으로 미국 촬영도 이제 완전히 마무리 되었다. 한국에 들어가는대로 얼른 이제껏 밀렸던 포스팅들도 하나둘 올려야지.

*코리아 헤럴드와의 인터뷰가 1월 17일자로 지면 및 온라인으로 발행되었다. 첫페이지 타이틀에 짜잔하고 사진까지 들어간 걸 보고 ‘앗 이건 소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모락모락 솟아 올랐으나, 멀고 먼 외지에서 손가락만 빨고 있다. 온라인판 기사 전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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