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창작자를 위한 보물같은 서비스들 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과 결제 서비스)

처음엔 “이미 몇몇 아는 친구들이 있으니 짤막하게 인터뷰를 하고 영상을 대강 편집해서 유투브에 올려야지”라는, 단순한 개인 프로젝트였다. 디지털 노마드를 다루는 책이나 블로그는 많은데 제대로 된 영상물이 없었기에 재미겠다 싶었다. 그리고 얼마 후, 어쩌다 보니 나는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큐멘터리 제작에 하루종일 매달리고 있었다. 까짓거 영상 하나 만드는게 어려우면 얼마나 어려울까, 했던 게 완벽한 판단미스였던 셈이다.

콘텐츠 창작은 어렵다. 글도 영상도 그림도 그렇다. 1인 프로젝트면 말할 것도 없다. 딱히 누굴 돈 주고 고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장기 프로젝트를 혼자 끌고 가는 건 생각 이상으로 고난의 행군이다. 다큐 제작이 카메라 들고 촬영하는 게 다가 아니듯, 할 일은 넘쳐나고 일손도 자금도 항상 모자란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끝이 안 보이는 내 삽질기 와중에 참고도 하고 도움도 받았던 서비스 몇 개를 소개하려고 한다.

크라우드 펀딩: 킥스타터, 인디고고

내가 스타트업을 하면 VC  찾아다니고 정부 프로그램에라도 지원하지. 이건 뭐 사업도 아니고 수익 활동도 아니고 (솔직히 재미로) 혼자 뭔가 의미를 붙여서 (하지만 야심차게) 진행하는 1인 콘텐츠 제작 활동이다. 내가 쌓아둔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부동산 투자에 소질이 있는 일가 친지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로또는 해본 적이 없으니 당첨될 리 만무하고, 어느 수준 이상의 수입을 낼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진행하자니 시간이 없다. 처음엔 바짝 일 좀 더 해서 돈을 모아놓고 시작할까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이 이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에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그래서 참 뭔가 진부하지만 우선 낸 결론이 바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초반 자금 마련. 요즘 국내에서도 개인 뿐 아니라 스타트업들이 킥스타터나 인디고고로 자금조달을 많이들 한다. 크라우드 펀딩계의 양대산맥 격인 이 두 플랫폼의 가장 큰 차이는 펀딩 방식이다. 여러가지 방식 중 가장 대표적인 건 All or Nothing과 Keep in all.

All or Nothing은 기간을 정해두고 그 안에 목표액을 달성하면 성공이지만, 만약 기간 내 목표한 액수를 채우지 못하면 실패로 처리되어 모았던 금액은 돌려주게 된다 (결제가 진행되지 않음). 이와 달리 Keep in all 방식은 기간만 설정하고 그 동안에 얼마가 모였건 관계 없이 모인 금액 전체를 프로젝트 진행자에게 전달하는, 이를테면 좀 더 안전한 방식이다. 킥스타터는 All or Nothing을, 인디고고는 두 가지 방식 모두를 지원한다(하지만 Keep in all 방식을 선택할 시 수수료가 2배가 넘는다는 게 함정).

이번 기회를 통해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알게 된 것 첫번째. 목표 금액 달성이 그리 만만한 게 아니라는 것. 두 플랫폼을 둘러 보니 특히 필름 카테고리는 다들 한 가닥 하는 전문가들이 떡하니 캠페인을 진행 중이었다. 앗 뭔가 아마추어틱한 사람도 있네 하고 반가움에 클릭해보면 자금 조달률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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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차트는 킥스타터에서 자금 유치에 성공한 필름 카테고리 프로젝트의 수를 보여준다. 필름 카테고리에 등록된 43,891개 프로젝트 중 59%에 해당하는 26,089개의 프로젝트가 목표 금액 달성에 실패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목표 금액의 20%에도 채 미치지 못했고, 5,397개의 프로젝트는 0% 의 프로젝트 달성치로 끝났다. 그렇다.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쉬운 게 아니다. 했다 하면 대박나는 것 같은데 왜 그렇냐고? 당연히 대박난 것만 미디어에 등장하니까요.

그리고 이런 플랫폼을 이용하기 전에 앞서 알아둬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수수료.

  • 킥스타터: 목표 금액 달성 시 전체 금액의 5% (+3~5% 건당 결제 수수료)
  • 인디고고: All or Nothing의 경우 목표 금액 달성시 전체 금액의 4% (+3~5% 건당 결제 수수료),
    Keep it all의 경우 모인 금액의 9% (+3~5% 건당 결제 수수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천만원을 모았다고 가정할 때의 수수료는 킥스타터의 경우 약 90만원 정도다.  인디고고에서 Keep it all 방식으로 모았다면 수수료만 약 130만원 (두 경우 모두 건당 약 4%의 결제 수수료 포함)인 셈이니 후원자 한 분 한 분이 소액으로 보태주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쉽게 볼 금액은 아니다.

거기에 보통 프로젝트 완성 후 발송되는 보상이나 특전에 들어갈 금액을 계산기로 두드려 보면 이건 뭐 빠듯한 게 문제가 아니라 한참 마이너스인 게 대부분의 케이스. 홍보효과+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당장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자. 프로젝트의 목표 금액 달성 가능성과 기간 등을 잘 감안하여 신중하게 플랫폼 및 펀딩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남의 돈을 받는 순간 당신은 웰컴 투 더 헬 이제는 빠져나갈 수도 없는 개미지옥.

웹사이트 결제 툴: 페이팔, 스트라이프 그리고 비트코인

*한국의 암담한 온라인 결제 시스템 환경 상.. 아래에 언급하는 결제 서비스들은 한국을 타겟으로 한 프로젝트 진행 시에는 거의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미리 감안해주시길 바란다.

나는 제작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티저로 내놓을 만한 괜찮은 결과물이 생기기 전까지는 킥스타터나 인디고고를 이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우선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소액이나마 자금을 조달해보기로 선택, 웹사이트 제작에 돌입했다. 크라우드 펀딩에 관계 없이 어차피 웹사이트는 만들어야 하기도 하고. 그리고 여기서 코딩 문외한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다음과 같다.

  • 웹사이트 제작 의뢰
  • 워드프레스 (무료 테마 VS 유료 테마, 워드프레스 무료 호스팅 VS 자체 호스팅)
  • 자체적으로 호스팅, 도메인 세팅하고 어금니 꽉 깨물고 웹사이트 자체 제작 (부트스트랩과 같은 기존의 프레임워크 활용 또는 한 줄 한 줄 장인정신으로 직접 코딩)

시간 대비 결과물을 따지면 단연 제작 의뢰. 돈이 없으니 몸으로 때우고 싶을 때 남는 선택지에서는 대개 삽질의 강도와 자유도가 같은 곡선을 그린다… 내 경우에는 결제툴도 달아야 하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 찾는데 오히려 시간이 더 들겠다 싶었고, 또 이 기회에 코딩 해봐야지 싶어 그냥 한 줄 한 줄 코딩하기로 했다. 호스팅은 예상 방문자들의 국가를 고려해서 해외 업체를 선택했다.

참고로 당시 내 코딩 수준은 html + css 약간이 전부. 이 웹사이트에는 html, css, 그리고 Donate 버튼 부분과 결제 기능을 위한 약간의 자바 스크립트가 활용되었다.

https://onewayticket.io

결제 방식으로는 페이팔, 신용카드(스트라이프), 그리고 비트코인(코빗 페이)을 선택했다.

  • 페이팔: 쉽다. 웹사이트 적용이 쉬워도 이렇게 쉬울 수가 없다. 진짜 일거리는 페이팔을 자체 크라우드 펀딩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경우 페이팔에서 요구하는 각종 증빙 자료 (통장 사본이나 신분증 사본 이외에도 프로젝트 내용 및 완료 예정 일자, 담당자 연락처 등)을 제출하는 것, 그리고 웹사이트에 페이팔 면책 문구도 넣어야 한다. (예: Disclaimer required by PayPal: Delivery of rewards/perks are subject to best efforts and not guaranteed.) 수수료는 건당 $0.3+결제 금액의 2.9%.
  • 스트라이프: 스트라이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트라이프가 지원하는 국가의 은행계좌를 소유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현재 아시아는 지원 안 한다(싱가포르에 곧 상륙할 낌새긴 한데 아직은 아니다). 내 경우에는 해외의 씨티은행 계좌가 있어서 이 계좌를 이용 후 입금된 후원금을 한국 씨티은행 계좌로 이체했다(씨티끼리는 수수료 무료). 웹사이트 구현이 은근히 까다로운데, 고객센터가 엄청 신속하고 친절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 준다. 수수료는 국가마다 다른데 미국의 경우 $0.2+결제 금액의 2.4%.
  • 코빗 페이: 국내 최초 비트코인 플랫폼 코빗에서 내놓은 비트코인 결제 툴. 세팅이 엄청나게 간편하다. 결제 수수료 그런 거 없고, 다만 계좌로 출금시에 1000원이 부과된다.

내 경우에는 세 가지 결제 방식 중 페이팔이 전체 후원자의 71.2퍼센트로 월등하게 높은 참여율을 보였고, 그 다음이 스트라이프 (23.3%), 비트코인 (3.4%) 순이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페이팔 이용자 수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기 때문에, 한국만을 타겟으로 한 프로젝트라면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느니 그냥 국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이용하는 게 효율이나 정신건강 측면에서 훨씬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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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삼아 해본 것 치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첫 달 10,000달러가 모였고 덤으로  ‘킥스타터 없이 직접 크라우드 펀딩하기’에 대해 정리한 영문 블로그 글을 통해 얼떨결에 입소문이 퍼졌다. (그리고 발리에서 현금카드 복제 사기에 당해서 400여 만원을 홀라당 강탈당했는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더 자세히… 다이나믹하다 참)

다음 포스팅에서는 기존의 서베이몽키나 구글 폼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어여쁜데다, 결제 기능까지 탑재할 수 있는 설문조사 툴 Typeform과, 기존의 자료 입력 노가다와 머리 아픈 후원자 관리를 척척 자동으로 해결해주는 Zapier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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