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를 팝니다” 꿈팔이와 사짜들, 그리고 그 다음 세대

디지털 노마드와 원격근무 관련 토픽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야기되면서, 이와 관련된 여러 서비스와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프로덕트 헌트에는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프로덕트 콜렉션까지 따로 생겼을 정도다.

그리고 실체가 있고 혁신적인 프로덕트뿐만 아니라, 디지털 노마드를 그럴듯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가공하고 이를 파는 것을 주업무로 하는 꿈팔이와,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짜들의 콘텐츠 역시 온라인 상에 넘쳐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가 실제로 선택 가능한 삶의 선택지 중 하나로 대중에 소개되고 있는 상황에, 잘 지어진 밥에 재뿌리고 있는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봤다.

*아직 한국에선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기 짝이 없는 상황인지라, 이 포스팅에 예시로 든 인물과 해당 비즈니스들은 모두 해외 사례이다. ‘아직’까지는. 

성공한 ‘온라인 기업가’ 디지털 노마드, 알고 보니 가명만 5개

특히 태국 치앙마이에는 ‘드랍쉬핑’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드랍쉬핑이란 판매와 배송을 분리한 방식으로 판매자는 상품의 판매와 온라인 상에서의 홍보 정도만 하고, 상품의 공급과 배송은 대행사가 대신해주는 형태의 판매방식을 말한다. 별다른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진입장벽이 낮아도 심히 낮은 업종이라 대부분 “지금 내 삶은 너무 지겨워, 회사도 별로고 월급도 쥐꼬리만한데, 그렇다고 이직하거나 내 사업을 할 능력은 전혀 없고.. 뭐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무작정 뛰어드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리고 대부분 망한다(…)

이들을 위한 드랍쉬핑 관련 강좌를 판매하면서 유명해진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의 인터뷰가 전형적인,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한 “온라인으로 XX를 벌면서 디지털 노마드로 꿈같은 생활을!” 같은 포맷으로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나갔는데, 이 때 몇몇 사람들이 디지털 노마드 서브레딧 같은 관련 커뮤니티에 이 사람의 과거와 사기 행각을 폭로하면서 한번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사의 댓글란에서도 초반에 달린 모든 댓글들이 이에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대부분 삭제되고 지금은 수상쩍어 보이는 호의적인 댓글들만 남아 있다).

폭로된 내용은 이 사람이 여러 가명을 바꿔가며 픽업 아티스트(그 중에서도 특히 아시안 남성들을 공략, “백인 여성과 잠자리에 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류)를 비롯한 여러 아름답지만은 않은(..) 업종에 종사해왔다는 것, 이로 인한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 이 사람이 드랍쉬핑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사실과 달리 매우 부풀려져 있으며 오히려 강좌를 판매함으로써 생활비를 벌고 있다는 것 정도다.

팀 페리스, 그리고 패시브 인컴의 추총자들

여기서 잠깐 배경 설명을 하자면, 디지털 노마드, 좀 더 정확히는 ‘location independent’의 개념이 처음으로 대중에 급속하게 퍼진 건 2007년 팀 페리스의 책 ‘The 4-Hour Workweek (한국판 제목은 ‘4시간’)’부터라고 보는 게 정설이다. 팀 페리스는 이 책에서 passive income의 개념을 지속적으로 설파하는데, 책 제목처럼 적극적으로 일을 하지 않고도(일주일에 네시간씩만 일을 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수입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인적인 시간을 더 많이 가지라는 내용이다.

*위키피디아에서는 passive income의 예로 직접적으로 사업에 관여하지 않고 받는 사업소득, 부동산 임대소득, 도서 저작권료, 인터넷 웹사이트의 광고수익, 배당금이나 이자, 연금 등을 들고 있다.

딱히 틀린 말 같지는 않아 보인다.  기술이 발전하고 전체적인 부가 증가하면서 노동시간 역시 줄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일진데, 아직도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최소 주 40시간의 노동시간을 요구하는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으니 말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그의 1930년 기고에서, 2030년 경엔 일주일에 15시간 정도만 일하게 될 것이며 모두가 값지고 즐겁게 보낼 만한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갖게 되리라 예상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생산성이 증가하고 사람들의 수입이 늘어나고 삶의 질이 높아지자, 경제학자 및 정치가들은 1990년에 이르면 미국인들은 주당 22시간(1년의 약 절반 정도)만을 일할 것이며 40세 이전에 은퇴하리라 예측했습니다.”
– 워싱턴 포스트, “Why being too busy makes us feel so good” / 뉴스페퍼민트 전문 번역 “사람들이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진정한 이유

문제는 이를 필두로 해서 수많은 ‘팀 페리스의 신도들’이 등장해 이 passive income스타일의 비즈니스를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운영하며 그들의 노마드 라이프를 영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렇다 할 별다른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아주 조금의 노력만으로도 수익을 내기 위해서 손을 뻗치는 일은 대개 어떤 것들일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그들 상당수는 ‘라이프 코치’, ‘온라인 기업가’같은 이름으로  디지털 노마드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는 온라인 코스를 팔고(명상을 통해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진짜 나’를 찾으세요!), “당신의 섬을 장만하세요”라는 제목의 이북을 아마존에서 판매하며,  디지털 노마드의 마인드셋을 알려준다는 강의+명상 패키지를 판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문구를 광고에 삽입하며(get rich quick), 구글 노출순위를 조작하는 SEO 테크닉을 배우고, 자신을 온라인 마케터나 온라인 비즈니스 오너, 이커머스 운영자라고 소개하지만 사실 하는 일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단계 마케팅, affiliate marketing(제휴 마케팅. 국내에서 구설수에 올랐던 각종 네이버 파워 블로거 관련 사건들을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던 드랍쉬핑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그리고 좋든 싫든 드랍쉬핑에는 좋지 못한 SEO 테크닉, 이메일 리스트 사고 팔기, 덕지덕지 링크 넣고 커미션 받기 등이 따라붙게 된다).

디지털 노마드 아카데미에 등록하고 새로운 삶을 살자! (…)

이들을 한꺼번에 만나고 싶다면 태국 치앙마이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치앙마이는 말도 안되게 저렴한 생활비와(주거비 식비 포함 한 달 약 50만원 선) 그 돈으로도 참 살기 좋은 환경 탓에 일명 디지털 노마드들의 허브로 불리우는 곳인데, 동시에 저런 비즈니스의 소유자들이 장기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도 제일 먼저 언급되는 곳이다. 왜냐고? 이런 온라인 사기 사이트의 운영자들 대다수가 과연 얼마나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들이 자신의 현재 수익으로 과연 자신의 나라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즉, 이들은 다른 곳에서는 살 수가 없다.

대다수의 노마드들이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 없이 똑같이 회사에서 (원격으로) 근무하고, 프리랜싱과 자기 사업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며 살아가는 동안 왜 이런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걸까? 직업을 구하거나 프리랜싱 등을 할 수 있는 능력과 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해변 위에서의 환상적인 삶을 꿈꾸면서 무작정 집을 떠나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저런 직종으로 발을 들이게 된다는 것이 커뮤니티 사이에서의 중론이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과 같은 상황의 사람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고자 온갖 PR활동을 한다. 피라미드 사기인 셈이다. 

레딧을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CM people(치앙마이 사람들)”이라는 단어가 “dropshipper, SEO people, scammer, shitty online biz owner(드랍쉬퍼, ‘나쁜 의미의’ SEO 전문가들, 사기꾼들, 형편없는 온라인 비즈니스 운영자들, 하루 벌어 하루 연명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삶이 얼마나 환상적인지 홍보하고 다니는 사람들)”의 줄임말로 쓰일 정도니, 말 다 했다. 물론 굳이 이쪽 커뮤니티랑 어울릴 일만 없으면 치앙마이는 여행하고 일하면서 살기에 여러모로 괜찮은 곳이다.

지는 DC세대, 뜨는 다음 세대

아래는 노마드 포럼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중 한 항목이다. 근래 들어 많은 노마드 커뮤니티들이 지양하는 모든 종류의 비즈니스들이 그 이유와 함께 열거되어 있다. 아래에 열거된 비즈니스 관련 내용을 언급만 해도 즉시 계정 정지 조치가 내려진다고 나와있다.

“해변에서 일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보세요” 이렇듯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이북과 강좌들이 파는 꿈같은 삶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해변 위에 있을 수 있는 단 한가지 이유는 바로 이들의 책을 사주는 사람들이죠(폰지 사기와도 같습니다). 우리는 black hat & grey hat SEO 전문가들도 환영하지 않습니다. 기만적인 SEO 테크닉에 앞서 좋은 콘텐츠를 먼저 만드세요, 가만히 있어도 구글이 먼저 찾아낼 겁니다. (중략)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을 기만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디지털 노마드 씬은 지난 10년간 이런 사람들 때문에 더럽혀져 왔습니다. 이는 전체 생태계를 완전히 바보꼴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사람들을 환영합니다.”  – 노마드 포럼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중

이야기팔이와 사짜들이 왜 최근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에서 점차 배척당하게 되었을까?그 이유는 다시금 떠오르는 디지털 노마드 관련 담론을 견인하는 이 다음 세대들의 특성 때문이다.

팀 페리스의 열렬한 추종자들이 대부분인 이전 디지털 노마드 세대 중,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소위 금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모임으로 여겨지는 커뮤니티 중 하나가 바로 트로피컬 MBA의 다이나믹 서클(DC)이다. 분기별 $147, 즉 60만원 정도의 연회비가 있고,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는 본인 소유의 비즈니스가 있으며, 물리적인 제한 없이도 비즈니스를 운영함으로써 장소에 관계없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만 가입이 가능하다. 이 커뮤니티의 성공과는 별개로, 이 중에 적법 여부를 따지기 애매한 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자신의 온라인 비즈니스를 운영해온 사람들이 있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아래 영상이 이런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꽤나 적나라하게 다루었다. 추천 백개.

새하얀 해변에서 노트북을 들고 코코넛을 마시는 사진을 올리며 “당신도 이렇게 환상적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당장 그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나서 제 강좌를 듣고 이국적인 곳에서 왕처럼 살아보세요!”를 외치던 이 ‘온라인 비즈니스 사업가’들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다음 세대들에 의해 “저기요, 약 좀 그만 파세요”라는 조롱을 당하고 있다. 이 다음 세대들의 특징은 대략 이렇다.

  • 상당수가 프로그래밍, 디자인, 3D애니메이션 제작, 저널리즘 및 각종 예술 분야 등의 전문적인 스킬을 가지고 있다.
  • 원격근무를 시행하는 회사의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 프리랜서로 일을 하며 자신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 자신의 스타트업을 운영하기도 한다.
  • 자신이 원래 거주하던 도시나 나라에서도 충분히 일을 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즉, 이들에게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은 그들의 선택이지 주변 환경에 의해 강압된 것이나 이전 삶으로부터의 도피를 위한 것이 아니다.
  • 현존하는 디지털 노마드에 관련된 대부분의 웹서비스들은 이들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만들기 시작하면서 탄생한 것이다.
  • 무조건 싼 물가를 따라 목적지를 정하기 보다는 다양한 경험과 커뮤니티를 찾아 이동한다.
  • 디지털 노마드라고 불리우는 것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굳이 ‘디지털 노마드’가 아니라도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정체성이 그 외에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해서 이들은 굳이 계속해서 ‘디지털 노마드’일 필요도 없다. 때때로 한 곳에 정착하기도 하고, 다시 자신의 나라에서 직장을 찾아 일을 하다 다시 길을 떠나는 등 노마드로서의 삶을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의 하나로 간주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들 중 많은 수는 디지털 노마드를 일종의 폼나는 라이프스타일로 포장해서 판매하는 여러 시도들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전 세대가 주창하는 ‘온라인 비즈니스’ 중 일부 역시 원격근무의 보급이라는 이 사회적 변화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왜 지양되어야 하나

자신을 디지털 노마드라고 소개하며, 내가 얼마를 벌면서 얼마나 멋지게 해변에서 사는지 알려주겠다는 사람들, 위에서 언급한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지대한 해를 끼친다. 이들은 원격근무에 대한 이미지까지 안 좋게 만들며 다른 노마드들이 직장 상사, 클라이언트로부터 신뢰를 얻는 일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숫자로만 놓고 보면 이 썩은 사과들은 극히 일부분이지만, 이들이 가장 시끄럽게 홍보 활동을 하고 다니는 부류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던 대다수 노마드들까지 똥물을 뒤집어 쓰는 격이다.

대부분의 이야기팔이들은 끊임없이 “디지털 노마드는 정말 자유롭고 멋진 삶이에요”같은 이야기들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마치 디지털 노마드의 삶이 다른 삶보다 더 낫고, 멋지고, 월등한 것으로 포장하며, 디지털 노마드를 하나의 아이덴티티, 정체성으로서 사람들에게 부여한다(나는야 디지털 노마드! 당신도 디지털 노마드가 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해변에서 일을 하며 꿈같은 삶을 누리라는 홍보 문구가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디지털 노마드라는 라이프스타일이 바로 자신들이 수입을 위해 팔아야 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이건 판매촉진 활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들은 주로 스스로를 ‘motivational speaker’나 ‘inspirational speaker’ 같은 호칭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상당 부분 비슷한 이야기 패턴과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는데, 이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전 포스팅들에서도 거듭 말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라이프 코치, 멘토라는 것 자체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다. 사람에 따라 자신이 처한 상황과 자신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성격 등이 천차만별로 다른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나는 잘났음, 그리고 나는 잘났음, 그리고 또 나는 잘났음”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게 어떻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과연 도움이 된다고 해도 그 도움이 이 이야기팔이들이 책정한 금액에 비추어 봤을 때 합당한 수준의 도움이냐는 분명 따져 봐야 할 문제다.

당장 집안 사정이 바닥이고 학자금 대출은 한없이 쌓여 있고 오늘 학교 구내 식당에서 밥 한 끼 먹기도 벅찬 사람이 있다 치자. 이 사람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 꿈을 가져라, 눈높이를 낮춰라, 스타트업을 해라, 사회가 정한 룰에 따르지 말고 새로운 곳에서 젊은 피답게 새로운 도전을 해라!”라고 소리치는 건 공짜라고 했을 때도 다분히 폭력이고, 이걸 책이든 강연으로든 팔아먹어서 수익을 올리는 사람은 폭력 그 이상의 나쁜 짓을 저지르는 거다. 악질이다.

게다가 이건 자신이 가진 어떤 확실한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자신이 가진 특수한 경험을 상대에게 전수하는 것(공짜면 정말 감사한 실질적인 어드바이스고, 유료면 컨설팅 서비스인)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가만 생각해보니 초기 단계의 모든 판에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런 이야기팔이가 항상 존재하는 것 같다.(스타트업 안 하면 바보! 요새 누가 모양 빠지게 회사를 다니니? 창업하고 눈 먼 정부돈 타 먹으세요! 그 외 기타 정부 지원금 브로커 등) 아이고 의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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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이 아닌, 선택 가능한 여러 삶의 방식들 중 하나일 뿐

이런 현상을 우려의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그래서 그런지 내가 같은 주제로 내 영문 블로그에 올렸 글(Let’s stop selling the digital nomad lifestyle as a miracle cure and instead expose its reality: 제목을 다소 거칠게 의역하자면, ‘제발 약 좀 그만 팔아라’)이 꽤 많이 리트윗되기도 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종래의 ‘바람직하고 표준적인’ 삶의 방향으로 간주되는 것을 뒤로 하고, 자신이 원하고 자신에게 더 맞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는 이 큰 흐름의 작디 작은 한 갈래에 불과하다. 디지털 노마드는 ‘여행만 하며 유유자적 꿈처럼 사는 삶’이 아니라 ‘원격근무를 통해 가능한, 내가 살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정보 기술의 발달, 변화하는 기업 문화와 구직 시장의 형태에 의해 필연적으로 이 움직임은 가속화될 것이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실제로 선택이 가능한 삶의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내가 다큐멘터리라는 형태로 기록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 다양한 사회적 변화와 이를 촉진시키는 경제적, 문화적 요인들이다.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쩌다 그 방식이 자신에게 더 잘 맞는다는 것을 발견했고, 원격근무가 가능한 회사로 이직을 한 직장인이거나, 클라이언트가 원격근무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운좋은 프리랜서이거나, 자기 사업이 마침 장소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사업가일 뿐이다.

이야기팔이와 사짜들 이외에도 디지털 노마드가 내/외부로부터 비판받고 있는 또 다른 주제들(동남아, 특히 태국에서 너무나 당연시되는 섹스 투어리즘 및 개발도상국으로의 쏠림, 그로 인해 등장하는 ‘서방 국가에서 온 디지털 노마드들에 의한 새로운 형태의 식민지화’같은 이야기들, ‘브로매드’라고 불리우는 성차별 문제 등)은 나중에 다른 포스팅에서 다뤄야겠다. 글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졌다.

마지막으로 마크 맨슨의 글 “The Dark Side of the Digital nomad“의 일독을 추천하면서 이번 글을 마무리한다.

2 thoughts on ““디지털 노마드를 팝니다” 꿈팔이와 사짜들, 그리고 그 다음 세대

  1. 정말 잘 읽었어요. 한국에서는 여전히 생경한 개념인데다가 무릉도원과 같은 이미지에 대한 환상이 있기 쉬워서 경계할 부분이 없나 자세한 예시가 궁금하던 찰나였어요. 후속 포스팅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2. 치앙마이에서 그런 식으로 dropshipping E-commerce로 유명해진 사람들을 알아요. 혹시 그 두 사람인지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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