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너의 열정을 찾아라”는 말은 그만 집어 치우세요 (Screw Finding Your Passion by Mark Manson)

마크 맨슨(Mark Manson)은 미국 출신의 작가이자 블로거다. 주로 다루는 주제는 행복, 자기객관화, 인간관계 등인데, 특유의 직설적이고 군더더기 없이 소박한 화법이 특징이다. 그의 블로그는 월 2백만 명이 넘는 독자를 가지고 있고, 문학이나 전문지식을 다루는 실용서 등을 제외한 책, 특히 자기계발서류는 근처에도 두기 싫어하는 나도 어느새 꼬박꼬박 이 사람의 글을 구독하는 독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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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markmanson.net

그는 다양한 곳을 이동하며 생활하는 노마드로, The Dark Side of the Digital Nomad (디지털 노마드로 사는 삶의 어두운 면) 같이 관련 주제로 여러 편의 글을 쓰기도 했다. 해서, 지금 제작 중인 디지털 노마드 다큐멘터리를 기획할 당시부터 내가 일찌감치 인터뷰이로 점찍어두고, 트위터로 매일같이 스토킹하며 어디선가 만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사람이었다. 섭외 과정은 다른 모든 바쁜 사람들이 그렇듯 당연히 어려웠다. 메일도 답장이 없고, 트위터도 답이 없고, 지인을 통해 다시 메일을 보내도 답장이 없고 그걸 몇 개월 엉엉.(디지털 노마드 다큐멘터리, 8개월에 걸친 인터뷰와 섭외 뒷이야기)

그러다 지난 8월 베를린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같이 연사로 초대 받으면서, 무대 뒤 어두컴컴한 대기실에서 그와 드디어 마주쳤다. 내 다음 순서가 그의 차례였는데, 난 처음엔 그가 나와 같이 한 대기실에 있는 줄도 모르고 머릿속이 하얀 채로 무대 위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덜덜덜 떨면서 마이크를 달고 있었다. 그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불쌍했는지(..) 컨퍼런스가 끝난 뒤 그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고, 마침내 그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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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 한 마디가 주옥같았다. 정말 끝까지 섭외를 포기하지 않았던 게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른다. 그의 이야기는 2016년 공개되는 다큐멘터리에서 확인하시길.

아래는 최근에 그가 블로그에 공개한 글로, 이 글을 읽는 내내 꿈과 열정이라는 단어를 참 무자비하게,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팔아먹는 한국 사회가 계속해서 떠올랐다. 열정페이, 재능기부, 꿈팔이, 힐링팔이, ‘~에 미쳐라’ 류의 질 낮은 마케팅들, 멘토팔이, 노오오오오력. 이 글을 한국에서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글쓴이의 동의를 받아 아래에 번역글을 게재한다. ‘성공’이나 ‘꿈’, ‘열정’같은 화두에 휘둘리지 않고, 근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자책감 같은 것 없이, 하루하루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길 꿈꿔본다.

*글 이 곳 저 곳에는 그의 관련 글이 링크되어 있다. 글쓴이가 원문에 달아둔 그대로 링크를 걸어 두었으니 참고 해주시면 되겠다.


원문: SCREW FINDING YOUR PASSION,  October 22, 2015 by Mark Manson

“너의 열정을 찾아라”는 말은 그만 집어 치우세요

 

어린시절이 기억나는가? 우리는 별다른 생각없이 그저 하고 싶은 일들을 했다. “야구랑 축구를 하는 것 중 어떤 게 더 이득이 있을까?” 같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우리는 운동장을 뛰어 다니기도 하고 야구도 축구도 해 보았다. 모래성을 쌓고, 술래잡기를 하고, 엉뚱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곤충을 바라보거나 풀밭을 헤집고는 하수구에 사는 괴물 흉내도 내보곤 했다.

그 누구도 우리에게 이 중 어떠한 것들을 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호기심과 재미에 이끌려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했을 뿐이다. 만약 야구가 하기 싫다면 야구를 하다 말고 그만두면 되었고, 여기에는 어떤 죄책감도 언쟁도 토론도 필요하지 않았다.

곤충을 찾아다니는 일이 즐거우면 하면 그만이었다. “흠, 곤충을 찾아다니는 게 과연 내 유년시절에 해야만 하는 일일까? 다른 사람들은 딱히 곤충을 찾아다니지 않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건 내게 뭔가 잘못된 점이 있다는 얘긴가? 곤충을 찾아다니는 것이 과연 내 미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런 제 2차적인 분석같은 건 없었다. 만약 뭔가를 좋아하면, 그냥 하면 됐다.

나는 오늘 ‘도대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또 받았다. 이런 이메일을 받은 것이 올해만 대략 만 번은 넘는 것 같다. 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내온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디서 ‘내 꿈과 열정’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내가 혹시라도 말해줄 것이 있는지를 물어왔다.

물론 나는 이 메일에 답장을 하지 않았다. 왜냐고? 나는 그 사람에게 말해줄 거리를 쥐뿔만큼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점쟁이가 아닌 일개 작가다.

이 사람들에게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알지 못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찾아 헤매는 그 망할 해답이라는 점이다. 인생은 미지의 영역이고, 어찌되었건 우리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해나간다. 모든 인생은 이렇다, 모두. 정화조 청소일이든 당신이 꿈꿔오던 독립 영화 시나리오 일이든, 당신이 당신의 직업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해서 당신의 인생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멋져지는 것도 아니다.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오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불안감은 바로 자신의 ‘꿈과 열정’을 찾아 이에 관련된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꿈? 열정?

난 이걸 순 허튼소리라고 부르련다. 당신은 이미 자신이 열정을 가지고 있는 뭔가를 발견했으면서도 못 본 척 무시하고 있을 뿐이다. 대관절 하루에 열 여섯 시간이나 깨어 있으면서, 그 동안 뭘 하고 있느냔 말이다. 분명 자신의 여가 시간이나 대화, 웹 서핑의 일정 부분을 항상 차지하고 있는 어떤 주제나 활동, 생각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건 당신이 그걸 갈구하고 찾아다니건 말건 상관없이 항상 당신의 삶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들이 찾아 헤매는 것이 바로 자신 앞에 놓여있는 데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 때문이건 사람들은 그걸 못 본 체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곤 한다.

“흠, 맞아. 난 만화책 읽는 걸 정말 좋아하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지. 만화책 읽는 걸로는 돈을 못 벌잖아.”

엿 먹으세요.

당신의 열정이 부족하고 말고는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자신이 얼마나 생산적인지와, 통찰력, 그리고 현실을 대하는 자세이다(*번역자 주: 각 항목의 상세 내용은 링크된 페이지에서 참고). “흠, 그건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닌걸?” 또는 “만약 내가 그걸 한다고 하면, 부모님이 아마 날 죽이려 들거라고” 아니면 “에이 그건 미친 소리야. 그걸 해서 버는 돈으로 BMW는 못 살걸?” 같은 것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문제는 당신의 꿈이나 열정이 아니다. 열정을 쏟을 만한 일을 찾지 못했다는 변명은 이제 그만 하자. 꿈이나 열정은 그저 우선 사항일 뿐이다.

게다가, 누가 당신이 좋아하고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들로 돈벌이를 해야만 한다고 했는가? 도대체 언제부터 모든 사람들이 매 분 매 초 자신의 그 빌어먹을 직업을 사랑해야만 하게 된거냔 말이다. 도대체가, 좀 괜찮은 사람들과 함께 그럭저럭 평범한 직장에서 일하고, 여가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즐기면서 사는 게 뭐가 잘못됐느냔 말이다.

여기 당신에게 들려줄 불편한 진실이 하나 더 있다. 모든 직업은 때때로 정말 뭣같다. 아무리 해도 지치지 않고,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고, 아무런 불만도 생기지 않는 ‘뭔가 내가 정말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어쩌다 우연히 내가 사랑하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이 직업의 30퍼센트 정도는 정말 싫다. 어쩔 땐 이보다 싫은 부분이 더 클 때도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는 게 다 그런 거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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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대치다. 만약 당신이 스티브 잡스처럼 일주일에 70시간씩 일을 하고 사무실에서 잠드는 생활을 하면서도 그 매 순간을 사랑해야만 한다고 믿고 있다면, 내가 보기에 당신은 살아오면서 형편없는 영화를 너무나 많이 봤다. 만약 당신이 매일 아침 출근을 한다는 생각에 잠옷바람으로 춤을 추면서 침대에서 일어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보기에 당신은 쿨 에이드를 좀 심하게 마셨다(*번역자 주 Kool-Aid: 어린이용 음료. ‘쿨 에이드를 마시다’는 ‘어떤 그룹 등이 하는 말을 아무런 생각이나 비판없이 맹목적으로 믿다’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음). 이건 그저 현실적이지 않다. 현실의 삶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내 친구 하나는 지금 3년째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있다. 내 말은, 이 친구가 3년 째 아직도 그의 쇼핑몰을 론칭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 긴 시간 동안 이걸 하겠다는 둥 저걸 하겠다는 둥 같은 여러 ‘계획’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것도 그가 실제로 해낸 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전 직장 동료가 회사의 행사에 쓸 로고와 홍보 자료 디자인 일을 그에게 부탁하려 왔을 때, 맙소사. 내 친구는 마치 소 주변을 날아다니는 파리 마냥 신이 나 있었다. 그는 새벽 4시가 넘도록 밤을 새면서도 그 과정을 즐거워 했고, 훌륭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리고는 이틀 뒤, 그 친구는 다시 내게 말하기 시작했다. “난 내가 정말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난 이런 사람들을 참 많이도 만난다. 내 친구는 자신의 열정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이미 그의 열정이 그를 발견했으니 말이다. 그는 그저 이를 못 본 체 지나치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그것이 실행 가능하다고 믿지 않고 있거나, 아니면 그저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이건 마치 한 꼬마가 운동장 위를 걷다 말고 “흠, 곤충을 보는 건 꽤 멋지지만 국가 대표 럭비 선수가 되는 게 훨씬 더 돈을 잘 멀지. 그러니 나는 앞으로 내가 좋아하든 말든 매일 럭비를 해야만 할 것 같아.” 라고 말한 뒤 매일 집에 오는 길에 오늘 하루가 얼마나 형편 없었는지 불평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문제는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과, 이를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같은 허튼 생각들에 스스로를 가두는 자의적인 선택들이다.

내가 항상 받는 또다른 이메일 중 하나는 바로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될 수 있나요?” 류의 것들이다. 그리고 내 답변은 “난 전혀 모르겠소”다.

내가 어릴 때, 난 내 방에 들어앉은 채로 순전히 재미로 이런 저런 짧은 이야기들을 쓰곤 했다. 음악 감상평을 쓰기도 했고, 내가 좋아하던 음악 밴드에 대한 에세이를 쓰기도 했는데, 이 모든 걸 참 좋아 했으면서도 그 누구에게도 결과물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마침내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난 게시판에 수많은 시간을 퍼부어 잡다한 주제들에 관해 몇 페이지에 걸친 긴 글을 쓰곤 했다. 기타를 고르는 법부터 이라크 전쟁 같은 것들 말이다.

내가 내 진로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가 왔을 때, 나는 그 어떤 먼 곳을 돌아볼 것도 없이 곧바로 글쓰는 일에 빠져 들었다. 무얼 찾고 말고 하기 전에 이미 내가 좋아하는 것은 거기 있었고, 그건 바로 내가 어린 아이일때부터 별 생각도 없이 매일 해오던 일이었다.

만약 당신이 열정을 가지고 있는 뭔가가 있다면, 그것은 이미 찾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당신의 삶 한 구석에 뿌리 깊이 박혀 자라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리 재미있어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은 잘 하지 못하는 일일 수도 있다.

난 이천 단어짜리 장문의 글을 게시판에 올리는 일이 재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로고를 디자인하는 일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하기 쉽거나 재미있는 일이 아니지만, 내 친구에게는 그랬다. 이것이 바로 내 친구가 열정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아마도 디자인일 것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이유다.

어린아이들은 운동장을 걸으면서 “어떻게 하면 내가 열정을 가지고 있는 걸 찾아서 즐길 수 있을까?” 따위를 생각하지 않는다. 가고 싶은 대로 걷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어느새 즐기고 있다.

만약 당신이 인생에서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다면, 아마 당신은 그 어떤 것도 즐길 수 없을 것이다. 진실은 이미 당신은 무언가를 즐기고 거기에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이미 아주 많은 것들을 즐기고 있다. 그저 못 본 체 지나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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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SCREW FINDING YOUR PASSION,  October 22, 2015 by Mark Manson

 

*업데이트: 마크 맨슨의 책 The Subtle Art of Not Giving a F*ck 이 2017년 한국어로 출간되었다. 한국어 제목은 ‘신경 끄기의 기술’.

 

  1. 11/10/2015
  2. 02/20/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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