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베이스캠프의 DHH를 만나다: 원격근무와 부트스트래핑 이야기

지난달 미국에서의 촬영을 끝으로 인터뷰 부분은 거의 마무리가 되었다. 일정 조정이 워낙 까다로워서 촬영일과 장소가 아직까지도 확정나지 않은 몇몇을 제외하면 마침내 인터뷰 끝, 끝, 끝!!

마지막 인터뷰이는 온라인 협업툴 개발사이자 1999년 창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줄곧 전직원 원격근무 방침을 고수해온 회사로 잘 알려진 베이스캠프(Basecamp, 서비스명과 사명이 같다)의 공동 창업자 & CTO인 데이비드 하이네마이어 핸슨(David Heinemeier Hansson). 본명이 길고 긴 관계로 주로 DHH로 불린다.

덴마크 출신 개발자로 루비온레일즈 창시자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인 Remote와 Rework의 공동 저자이자 Le Mans (24시간 동안 이루어지는 카 레이싱 경기) 우승 타이틀 보유자이기도 하다. 팬덤이 상당하다 보니 인터뷰 확정 후 국적을 가리지 않고 주변 개발자들로부터 질투를 동반한 매우 격렬한 리액션 폭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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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아이들이 머물고 있는 스페인의 마벨라, 고향인 덴마크 코펜하겐, 베이스캠프 사무실이 있는 미국 시카고 등지를 홈베이스로 삼아 이동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스페인에 있을 때 일정만 맞았으면 경치가 그림같다는 바로 그 마벨라에서 촬영할 수 있었는데, 며칠 차이로 놓치는 바람에 시카고까지 가야 했다… 괜찮아 베이스캠프 사무실을 촬영할 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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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을 위해 찾아간 시카고의 베이스캠프 사무실은 텅텅 비어 있었다. 잠긴 사무실 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다(괜히 약속시간보다 일찍 갔다) 막 도착한 한 직원분 덕에 겨우 입장. 시카고에 살고 있는 열명 남짓한 직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무실이라는데, 아무래도 월요일이라 그런지 죄다 재택근무를 하는 듯 했다.

사실 베이스캠프는 원격근무보다도 특유의 부트스트래핑 성공 스토리와 직원들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경영 기법으로 더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베이스캠프로 사명을 바꾸기 전, 37signals 시절부터 회사 블로그인 Signal vs. Noise를 통해 CEO인 제이슨 프라이드(Jason Fried)와 DHH는 끊임없이 베이스캠프의 경영 철학을 설파해 왔다. 그 덕에 지난 15년 여에 걸쳐 형성된 이 블로그의 독자층이 상당하다.

베이스캠프는 스타트업 같은 여타 기술 기반 벤처 회사들에게 마치 바이블처럼 받들여지고 있는 전형적인 성장 과정(창업-시드 펀딩-시리즈 A 투자 유치-시리즈 B, C…)을 전혀 밟지 않았다. 외부의 자금 유입을 통한 빠른 성장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스스로 수익을 내고 회사를 유지시켜 나가는 길을 선택한 것. 외부 투자자의 입김이 없었기에 자신들이 생각하는 경영 철학(원격근무, 자율성 보장, 느리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 등을 고수할 수 있었다고.

DHH는 트위터와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기존의 벤처 캐피탈과 이에 기반한 스타트업 업계에 각종 쓴소리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DHH 트위터를 보고 있으면 매일매일이 드라마인지라, 이 무서운 사람을 직접 보러 간다는 사실에 인터뷰 전부터 엄청 긴장하고 있었다). 벤처 캐피탈이 스타트업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해 생겨나는 각종 이상한 관행들, 자체 비즈니스 모델도 없는 상태에서 투자 유치부터 하러 네트워킹 모임에만 뛰어다니기 바쁜 창업자들, 몇년 째 변변히 수익도 못 내면서 투자받은 돈으로 거의 월급쟁이 생활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DHH에게 호된 비난을 받는 주된 타겟이다.

부트스트래핑을 외치는 많은 사람들은 바이오나 제조 기반 사업 등,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반드시 투자 유치가 필요한 회사가 있고 그렇지 않은 곳이 있음을 지적한다. 문제는 초기 자본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게 드는 온라인 기반 서비스 개발사들도 마치 짠듯이 투자 유치부터 찾아 나선다는 것. 그리고 투자받은 돈이 상당수 ‘회사를 회사처럼 보이게 만드는’ 사무실이나 기타 회사의 생존에는 그다지 필수적이지 않은 곳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것 역시 자주 나오는 이야기다(그리고 대한민국에서는 정부가 여기에 한 술 더 뜨면서 이야기는 산으로..)

DHH를 비롯한 베이스캠프의 경영진들은 회사의 지출 항목에서 항상 눈을 떼지 않고, 겉치레 보다는 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회사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베이스캠프가 원격근무를 시행하게 된 것도 불필요한 경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시도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리고 창립 15주년을 맞은 지금, 베이스캠프는 동종 업계 SaaS 회사들 중 거대 공룡 세일즈포스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다(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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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가 아닌 전세계를 대상으로 훌륭한 인재를 뽑을 수 있다는 가능성, 개개인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할 때 이들의 생산성이 가장 향상된다는 믿음 역시 베이스캠프가 전직원 원격근무 제도를 고수하고 있는 또다른 이유이다. 베이스캠프의 원격근무 이야기가 더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DHH의 책 Remote가 국내에도 출간되었으니, 일독을 추천한다(알라딘 링크).

원격근무는 이제 소규모 회사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미국 최대 회계 기업 중 하나인 딜로이트는 86퍼센트의 직원이 적어도 20퍼센트의 업무를 회사 이외의 장소에서 처리하고, 인텔 직원의 82퍼센트는 정기적으로 원격근무를 하고 있다.

특히 IT 분야에서는 베이스캠프처럼 100퍼센트 원격근무를 시행하는 회사들도 찾아볼 수 있다. 블로깅 툴의 대표주자인 워드프레스의 개발사인 오토매틱은 400여 명의 전직원이 원격으로 근무하고 있다. 전세계 인터넷 웹사이트의 20퍼센트는 바로 이들이 전세계 각지에서 개발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오토매틱 이야기 포스팅).

아래는 DHH 촬영분을 편집한 영상이다. 베이스캠프의 부트스트래핑 이야기와, 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사무실에서의 업무 방식을 두둔하는지에 대한 매우 직설적인 답변들이다. 한번 보세요 두번 보세요 세번 보세요.

* 한글 자막은 유투브 영상에서 하단 cc 버튼이나 말풍선 버튼을 클릭 or 설정(setting)에서 자막 on

 

*업데이트: 다큐멘터리가 완성되었습니다 >> ONE WAY TICKET – 디지털 노마드 다큐멘터리 감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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