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소재 협업 공간 정리 (2015/12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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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초만 해도 후붓(Hubud) 정도가 그나마 협업 공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상전벽해라고 1년도 채 안 되어 벌써 손꼽히는 협업 공간만 네 개다. 작년 한국 매체로는 처음으로 후붓 파운더 인터뷰와 리빗을 포함한 구석구석을 취재한 이야기를 기고글 및 블로그 포스팅으로 내보냈다(뿌듯뿌듯). 그리고 이제는 국내에서도 발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공유되기 시작했고, 그 중에서도 제주와 발리 사이에는 여러 실질적인 교류 방안이 논의되고 있기도 하다. 오랜 기간 휴양지로만 알려져 있던 이 작은 섬에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위시한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의 발걸음이 향하고 있으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

각 공간별 개인적인 소감 (update: 2015/12/02)

발리의 경우 대표적인 협업 공간들이 각기 서로 다른 지역에 위치해 있다. 지도상으로는 지역 간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 보이지만,  발리섬의 도로 상태가 전반적으로 그닥 좋지 않은데다 택시와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버스 이외에는 이용할만한 이동수단이 없다고 보면 된다(짐이 있다는 가정 하에 오토바이는 제외). 공항에서 우붓까지 거리가 35km정도 되는데, 택시를 타도 한시간-한시간 반이 걸리는 상황이다(..)

즉, 주로 머물 지역 선택이 바로 주로 일할 협업 공간 선택과 연결된다. 발리에 온 주목적은 여행이고 가끔 일을 하려는 건지/집중해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주목적이고 여행은 주말같은 여가 시간에 하려는지에 따라 지역 선택이 달라진다. 물론 숙소의 와이파이가 안정적이라면 굳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발리에 가기 전 또 하나 염두해야 할 점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도로 사정뿐만 아니라 인터넷 같은 전반적인 인프라 상황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발리로 향하는 이유는 위의 발리 관련글에서 길게 길게 언급해두었으니 여기선 딱히 따로 이야기하지 않겠다). 발리의 인터넷은 좋게 말해도 훌륭하다고 하긴 힘들다. 숙소나 협업 공간 장기 예약 전에 반드시 스피드테스트를 하고,  노마드리스트 같은 사이트를 이용하여 목적지의 대략적인 인터넷 상황을 체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원격으로 회사와 일하는 풀타임 근무자라면, 데이터 플랜이 있는 현지 심카드를 응급 상황에 대비해 미리 구비해 두는 것이 좋다.

발리의 GDP per capita는 2013년 기준$3,475로, 한국($25,976)의 1/7수준이다. 개발도상국에 가서 개발도상국이 왜 이리 낙후되었냐, 불편해 죽겠다, 하고 노래를 부를 시간과 에너지가 있다면 이를 보다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자. Volunteer Programs Bali 같은 여러 관련 단체들이 있으며, 후붓에서도 현지인들에게 프로그래밍, 영어를 가르치는 강좌 등 여러 프로그램을 상시 기획하고 있으니 참가를 고려해 봐도 좋겠다. 기억하자, 우리는 그들을 방문한 손님이라는 것을.

아래는 2014-2015년 약 다섯 차례 발리를 방문하면서 느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각 공간별 소감으로써 후붓/리빗/도죠 발리의 경우 글쓴이가 각각 한 달 이상, 1회 이상 머무른 곳이다.

1. Hubud

장점: 발리의 No.1 협업 공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선두 주자. 발리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예술마을 우붓에 위치해 있어 지리적 이점을 크게 보고 있으며(갈수록 우붓이 너무 복작복작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아니 많이 있다), 가장 다양하고 활발하게 각종 이벤트들이 개최되고 있다. 2015년 1월 말에는 여기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되는 ‘Coworking Unconference (CU) Asia 2015 (협업 공간들의 컨퍼런스)’가 열리기도 했다. 거의 매일 이런저런 다양한 밋업이 열린다. 사람 만나기 최적인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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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바로 옆에 위치한 빌라를 코리빙 공간으로 함께 제공한다. 이외에도 다른 수익 모델 창출을 위해 발리 정착 컨설팅 프로그램, 팟캐스트 등 여러가지를 시도하고 있다.

단점: 에어컨이 미팅룸에만 설치되어 있고, 개방형 공간, 특히 정원쪽은 모기떼의 공격을 받기 매우 용이하다(제발 모기랑 에어컨 좀 어떻게 해주세요..).

유명세 탓인지 가격이 가장 비싸다. 2015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각종 주요 미디어에 소개되고 ABC 방송까지 타면서, 소문듣고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방문객들이 상당히 많다. 인터넷은 느려질뿐이고(…) 게다가 그 때문인지 시간 제약 없는 데일리 패스와 위클리 패스가 사라졌다. 60달러(25시간 이용 가능, 30일 간 유효)부터 시작하는 한 달 단위 회원권만 이용 가능해졌다는 얘기. 카페테리아에서 음료를 구매해서 게스트 패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회원 전용 회선에 비해 인터넷 속도가 심히 느리다(개발자분들은 그냥 속 편하게 로컬로 작업한다 카더라). 아무도 없는 새벽시간대는 꽤 속도가 나온다. 확장이전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기는 한데 언제 어디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태국 치앙마이가 자칭 ‘온라인 마케터’라는 사기꾼들의 집결지가 되었던 불상사와 비슷한 현상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데, 요가/채식주의자/여기까지는 괜찮은데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서 일명 발리판 ‘도를 아십니까’들(보통 ‘guru’라고 비꼬아서 부른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거기다 ‘길 잃은 네 인생 내가 갈 길 알려 주겠노라’ ‘직장 그만두고 아무 대책 없이 무작정 뛰쳐 나와서 내 강의를 들어!’ 류의 인생 코치, 멘토링 팔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발리가 뜨기 시작하면서 돈냄새 맡고 온 사짜 냄새 나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알아서 피하자.

“They don’t harm other people, they are just annoying as hell.”이라는 사람들의 말에 격렬히 동의하는 바이다. 얼토당토 않는 환상팔이, 꿈팔이, 멘토링 팔이하는 걸 옆에서 보게 되거나, 여기저기 모여서 서로 손을 잡고 ‘어때요 내 에너지가 느껴지나요’ 이러고 있는 걸 보거나, ‘내일은 보름달이 뜨니 다같이 달의 기운을 받으러 산에 올라 갑시다’이러고 있는 걸 듣고 있자면(…)

2. Livit (구 Startup Get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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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Livit 소유의 빌라 여섯 개가 한 동네에 모여 있는데, 우붓이나 쿠타 등과는 달리 현지인들이 사는 동네에서 호객꾼들에게 시달릴 걱정없이 맘 편하게 조용히 지낼 수 있다. 단연 물가도 우붓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매우, 엄청나게! 저렴하다. 협업 공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로 개인방을 렌트해서 주거할 수 있는 형태로, 청소 빨래 서비스부터 삼시 세끼까지 완벽하게 제공된다. 눈뜨고 일어나서 잘 때까지 집중해서 일하기에 최적인 환경을 제공하다 보니 개인뿐 아니라 스타트업들이 팀 단위로 입주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제공되는 음식의 종류와 질이 상당히 좋고, 아무래도 자주 마주치다 보니 사람들 간에 끈끈한 정 같은 공동체 정신이 생긴다. 주말에는 현지인 스태프와 함께 여기저기 놀러 다니기도 하고,  서로 친하다 보니 사업 상 도움을 주고 받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Livit이 입주해 있는 스타트업들을 인큐베이팅하거나 투자자와 연결시켜주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Hubud이 개개인별 네트워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Livit은 일 열심히 하는 스타트업들이 입주해서 좋은 환경에서 (죽자고) 일하는 느낌이다.

2015년부터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단점: 위치가 상당히 애매하다. 처음에 찾아가면 누구나 애를 먹는다. 거기다 이 동네에서는 영어도 안 통한다. 바다랑 가까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뭐 볼거리나 할거리가 있는 동네도 아니다. 자칫하면 정말 고립되어서 일만 미친듯이 하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할거리 쌓여 있는데 집중이 잘 안 되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추천하고 싶다.

3. Salty Volt > Dojo Bali 로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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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발리에 있는 협업 공간들 중 공간이 절대적으로 가장 넓고(풀도 있고!), 에어컨 시설이 잘 되어 있고, 인터넷도 괜찮은데다가, 서핑 스팟으로 유명한 Echo Beach에서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위치해 있다!

Dojo Bali가 위치한 마을인 짱구 자체가 관광객들보다는 빌라를 렌트해서 장기로 사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이니만큼, 우붓처럼 복작복작하진 않지만 여전히 드문드문 괜찮은 레스토랑과 카페들을 찾을 수 있다. 협업 공간 자체도 Hubud처럼 붐비기 보다는 훨씬 차분하다. 한달 이상 빌라 렌트해서 조용한 곳에서 호객 행위에 시달리지 않고 정말 제대로 일하고 힐링하기 좋다. 개인적으로는 우붓보다 짱구를 훨씬 더 사랑한다.

서핑을 하는 사람이라면.. 여기는 다 필요 없고 그냥 무조건 최고다(서퍼 꿈나무를 위한 초보자 스팟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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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 볼거리 할거리 딱히 없는 조용한 동네다. 일이 주목적이 아니라 여행이 주목적인데 일도 간간히 하고 싶다, 라고 하면 비추천. 길거리를 걸으면 보이는 외국인 80% 이상이 서퍼라고 보면 된다. 그만큼 파도가 좋고 쿠타에 비해 훨씬 사람이 적으며 물이 깨끗하다. 일과 서핑으로 하루 일과를 보내는 사람이 아니라면 꽤 심심할 수 있다. 도닦기 좋다.

협업 공간 자체도 상대적으로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자체 이벤트도 거의 없다 보니 커뮤니티 간 결속력 같은 건 아직 찾아볼 수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런고로 서핑 아니면 여가 시간에 정말 딱히 할 일이 없다(..)

4. Lineup hub

아직 가보지 못한 곳. 공항에서 가장 가깝지만 그래서 호주 어린애들의 파티 장소로 자주 애용되는 광란의 도시 쿠타에서 약간 북쪽으로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위치가 위치인 관계로, 특히 쿠타라고 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이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꺼리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들은 바로는 발리의 여타 협업 공간들과 달리 거의 모든 공간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고, 시설이 상당히 현대적인 모양. 인터넷 속도도 만족스럽다고 한다. 경험자들의 평은 모두 좋았다.

5. Wavebali

많은 발리의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쿠타 어딘가에 자리한, 일본인이 운영하는 듯한 미스테리한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못 가봤다. 경험자에 따르면 협업 공간보다는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는 작은 카페에 가깝고, 정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라고. 실제로 운영자와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은 현재까지 페이스북 쪽지뿐이다(가격 문의를 하느라 쪽지를 주고 받았다). 미스테리한 곳이다. 용자분이 있으면 갔다 오시라고 목록에 올려 두었다.

*협업 공간 및 제 블로그에서 언급하는 각종 서비스 관련 문의는 해당 업체쪽에 메일 및 트위터로 직접 문의하는 것이 제일 빠르고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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